시작은 단지 “심형래 감독의 영화를 보지 않겠다”는 것뿐이었다.
심형래의 ‘라스트 갓 파더’가 베일을 벗자 문화평론가 진중권(48)은 지난 12월 30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그의 영화에 혹평을 쏟아냈다. “난 한 번 불량품을 판 가게에는 다시 들르지 않는 버릇이 있어서 이번에는 봐드릴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얘기였다. 덧붙여 “예전처럼 심빠들이 난리를 친다면 뭐 보고 한 마디 해드릴 수도 있겠지만 그런 불상사는 다시 없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진중권의 한 마디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심형래 감독 측은 물론 개인적인 의견이니 이를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었으나, 심형래의 지지자들은 달랐다. 진중권의 ‘개인적인 의견’ 한 마디로 시작된 논쟁은 어느새 논란으로 번졌다.
이는 지난 2007년 심형래의 영화 ‘디 워’가 개봉했을 당시를 떠올린다면 이해가 빠르다. 당시 ‘디 워’는 심형래 감독의 야심작으로 불릴 만했다. ‘용가리’로 탄생한 신지식인의 불굴의 의지는 ‘디 워’를 향해 승천하는 발전을 거뒀다. 이는 마치 영화 말미 ‘아리랑 ’이 울려퍼지듯 국민적인 공감의 정서를 자극했다. 그 때 진중권은 이 영화에 대해 “스토리는 형편없고 CG만 보인다” “애국심 호소 마케팅에 의존한 졸작이다”라는 비난을 퍼부었다. 이로써 진중권 대 ‘디 워’의 논쟁이라는 말까지 남겨지게 된 상황이었다. 당시 이른바 ‘심빠’로 대표되는 심형래 지지자들과 진중권의 논쟁은 소리없는 혈투를 방불케 했다. 영화가 상영관에서 내려지는 날까지 긴 싸움은 이어졌고, 아이러니하지만 이는 오히려 흥행에 도움이 됐다. 무려 800만 관객의 동원이었다.
그 때와 닮은 상황이다. 진중권의 ‘보지 않겠다’는 한 마디와 ‘불량품’이라는 비유에 심기가 불편해진 심형래 지지자들은 진중권의 트위터를 팔로우하기 이르렀다.
진중권은 3일 “하루 만에 팔로워가 천 명도 더 늘었네. 정상적인 팔로워들은 아닌 것 같고, 쓸 데 없는 생각 갖고 팔로잉 하신 분들은 조용히 언팔들 좀 해주셔. 여기서 행패 부릴 시간에 가서 그 영화 동호회질이나 하시던지“라는 글을 올리며 당시와 비슷한 이 같은 상황을 비판했다.
애초에 싸움이 시작되지 않는다면 논란도 생기지 않는다. 지난 2007년만큼의 양상은 아니나, 충분히 그만큼 달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누리꾼들은 진중권에게 ”평론가로서 자질이 부족하다. 평을 하든 싸움을 하든 말을 하는 데에 기본적인 예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영화가 3류 쓰레기라 해도 언어를 순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래도 공인인데 이렇게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다”, “적어도 영화는 보고 난 뒤 영화에 대한 비판을 해야하는 것 아니냐”면서 갖은 항의성 글들을 쏟아냈다. 이에 진중권 역시 물러서지 않고 일일이 대응하고 있다. 심지어 “왜 그러냐”는 의구심을 불러올 정도다.
진중권은 ”남의 언어취향에 맞춰 살 수는 없지요. 님이 그걸 싫어하신다면 님은 그렇게 안 하면 됩니다. 다만 남한테 강요하지는 마세요”, ”님은 영화 취향도 허접한 불량식품, 답변 취향도 허접한 불량식품... 왜 불량식품을 좋아하세요?”, “‘라스트 갓 파더’의 개그가 그 기사 수준만큼만 됐어도...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그런데 다른 감독팬들은 까든 말든 다 조용한데, 유독 너그들만은 왜 그러시는 거에요?”, “심감독이 어디 남의 말 듣던가요? 그러니 볼 것도 없지요” 등 3일 하루동안만도 진중권 트위터의 타임라인은 팔로워들에 대한 답변들로 차고 넘쳤다.
심형래 감독이 새 영화를 가지고 돌아오자, 문화평론가 진중권과의 논쟁은 이렇게 시작됐으며 이 논쟁은 이내 논란으로 번졌다. 누리꾼들은 앞서도 보았듯이 언어의 표현 방식이나 영화를 보지도 않고 평을 하는 것을 강도높게 비난했고, 진중권 역시 자기만의 방식으로 일일이 답변하며 사태를 정리하고 있다.
결국 진중권의 3일 오후 가장 마지막 말은 이것이었다. “자, 영구 떡밥은 이제 그만. 쉰 떡밥 쓴 기사에 낚인 물고기 제위들은 원래 놀던 물로 돌아가주시와요. 전, 이제 나가야 합니다.”
진중권의 이야기처럼 다른 감독들의 영화에 대한 비판은 관대한데도 유난히 심형래 감독의 영화에는 '단합된 힘'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 ‘라스트 갓 파더’를 본 20대 직장인 김모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언제부터 ‘이 영화는 봐줘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영화를 보셨나. 나도 어머니가 개그맨 심형래를 추억하고 싶어하시기에 마지못해 보긴 봤다만 실망스러웠다. 그런데 영화가 별로인 걸 별로라고 말하기도 무서웠다”는 글을 남겼다. 그러자 팔로워가 줄었다는 한숨섞인 탄식이 이내 따라왔다.
온라인 상에서 아무리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하더라도 현재 심 감독의 최신 코미디 블록버스터 ‘라스트 갓 파더’는 새해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선전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9일 개봉한 ‘라스트 갓파더’는 개봉 첫 주이자 2011년 첫 주말인 지난달 31일부터 1월 2일까지 94만 662명을 동원해 누적관객수 121만 6077명을 기록하고 있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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