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상품 국내가격 하락
국내 대체재도 도미노 효과
소비자 후생에 초점둘 땐
한미FTA 체결은 긍정적
최근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이 완료됐다. 2007년 6월에 협상이 타결된 이후 3년여 만의 일이다. 추가협상이 끝난 뒤 국내에서는 결과의 유불리를 두고 의견이 크게 대립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논의는 생산자 측면에서 어떠한 산업에 더 유리하고 불리한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에 기초한다.
그러나 소비자 측면에서 FTA는 일반적으로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소비자 이익을 증대시킨다. 우리나라와 칠레의 FTA 체결 이후 교역이 증가한 품목을 중심으로 소비자 후생이 증대한 사례를 살펴보면 크게 5가지로 유형화할 수 있다.
첫째, 수입상품의 국내가격을 하락시킨다. FTA 체결로 관세가 감축되면 수입상품의 가격도 인하되기 때문이다.
둘째, 수입상품과 대체관계에 있는 국내 상품의 소비자가격을 인하시킨다. 2004년부터 삼겹살 시장 성장분의 대부분을 수입 삼겹살이 담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산 삼겹살의 가격도 매년 3% 내외의 상승률로 비교적 안정적인 추세를 보여왔다. 그러다 2008년 15.2%나 값이 상승했는데, 칠레산 돼지고기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되며 칠레산 삼겹살 수입이 중단된 것도 큰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런 사실은 FTA가 국내 상품가격의 인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셋째, 우리나라에서 많이 생산되지 않는 상품을 싸게 소비할 수 있게 한다. 홍어는 우리 국민이 오랫동안 먹어온 전통음식임에도 잘 숙성된 흑산도산 홍어 1마리 가격이 몇백만원 하기도 한다. 그러나 칠레와의 FTA 체결로 홍어가 수입되면서 이제는 소비자가 국내산에 비해 훨씬 싼 가격으로 홍어를 먹을 수 있게 됐다.
넷째, 국내 생산 비수기에도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를 가능하게 한다. FTA 체결로 우리나라와 생산시기가 서로 다른 품목을 비수기에도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할 수 있게 됐다. 대표적으로 포도와 키위를 들 수 있다. 키위의 주 출하시기가 우리나라가 11월에서 5월까지인 데 비해, 칠레는 4월부터 10월까지여서 우리는 비수기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소비를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FTA는 소비자들이 소비할 수 있는 상품의 종류를 증대시킨다. 칠레와의 FTA 체결로, 프랑스산 포도주 수입이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대신 칠레산 수입이 증가했으며, 종류도 빈티지별로 2002년의 12종에서 2007년에는 187종으로 다양해졌다.
이처럼 이미 FTA를 체결한 국가와 교역이 증가한 품목을 중심으로 소비자 후생이 증대한 사실에 기초할 때, 미국과의 FTA 체결은 국내 소비자 후생을 크게 증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제규모와 우리나라와의 교역 현황 등을 고려할 때 특히 그렇다.
FTA 추진과 함께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는 요인도 제거해, FTA로 인한 소비자 이익을 실제 소비생활에서 향유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