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 인부들의 식사를 제공하는 이른바 ‘함바집’ 운영권 비리를 둘러싼 수사가 날로 확대된다. 우리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지 처연한 비애를 느낀다. 일개 현장 간이식당 운영권 다툼과 로비 과정에 세계 10위권 경제력을 가진 대한민국 사회 지도층들이 줄줄이 거명되고 있다. 고위공직자와 공기업 사장, 지방자치단체장은 물론, 국민 대표인 국회의원과 심지어 사정기관 총수와 청와대 감찰팀장에 이르기까지 총 망라돼 있다.
국민은 물론 대외적으로도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다. 세계 주요 20국(G20) 그룹회의 의장국의 위상을 한껏 자랑했지만 나라의 내면에 이처럼 한심하고 수치스런 이중성을 가졌다는 현실을 새삼 인식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함바집 운영권에 이권이 막대하다고 해도 한 나라의 최고 지도층들이 고작 임시 식당 브로커들에게 몇 푼의 뇌물을 받고 로비 대상으로 전락하는 초라한 모습은 보기 싫다. 영혼을 판 것과 무엇이 다른가. 거기다 이를 무마하기 위해 전직 경찰청장이 거액을 브로커에게 넘기려 한 정황도 포착된다. 그야말로 악행의 악순환이다.
각계 로비와 뇌물 공여 혐의로 구속된 함바집 운영권 브로커의 혐의 사실은 과거 익히 보아온 권력형 게이트의 전형이다. 전형적 전방위 뇌물로비사건인 것이다. 그들은 지난 정권의 고위 실력자나 장ㆍ차관, 현직 국회의원, 경찰수뇌부, 지방자치단체장을 망라한 권력형 인맥관리를 통해 인사 청탁, 이권 개입, 행정 편의를 자유자재로 누려왔다. 이는 우리 사회의 한심한 공직기강과 지도층의 공직윤리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번 사건의 연루자 범위가 의외로 넓다고 수사를 적당히 덮어서는 안 된다. 더욱이 국회의원과 청와대, 경찰수뇌부의 연루 혐의까지 제기된 만큼 검찰은 한치의 소홀함이 없이 철저히 전모를 밝혀야 할 것이다. 특히 연루된 사회지도층들과의 거래 관계는 그 대가성 여부와 상관없이 낱낱이 조사 공개해 불필요한 의혹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차제에 검찰은 함바집 운영권을 둘러싼 구조적 비리와 난맥상, 그리고 이중적 불법계약 등으로 손해를 입어 온 영세 식당업자들을 살릴 구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