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팀블릭 서울글로벌센터장
벌써 5년째다, 내가 한국에서 영주비자(F-5)를 얻은 지도.
덕분에 나는 매년 또는 격년에 한번씩 비자갱신을 할 필요가 없다.
또 덕분에 난 한국 어느 곳에서든 출입국관리소가 과연 허가를 내줄까 하는 걱정없이 일하고 있다. 투잡도 가능하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곳곳에서 내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받을 수밖에 없는 제도적 차별을 접하고 있다.
여태껏 이런 일이 그다지 거슬리는 일은 아니었다.
난 ‘고향에 언제 돌아갈 거냐’는 질문을 받으면, ‘여기가 바로 내 고향이고 이곳을 떠날 계획이 없으며 여기서 내 생을 마감하고 싶다’고 말하곤 한다.
그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가 ‘제2의 고향’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이해해주는 것 같다. 즉, 사람들은 내가 언젠가 내가 태어난 곳, 영국으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해는 간다. 한국 거주 외국인 중 한국에 정착할 생각으로 사는 사람은 얼마 없다. F-5를 취득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보니 이 아름다운 대한민국에 단기간만 머물려는 이들을 나무랄 수도 없다.
하지만 우리가 눈여겨 봐야할 것은 한국 거주 외국인 수가 계속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그 수가 120만에 달하고 곧 대한민국 인구의 10%를 차지할 날이 올 것이다. 지난 10년간 대한민국은 진정한 다문화국가로 성장하고 있는게 확실하다.
그런데 여기 깜짝놀랄만 한 통계자료가 하나 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F-5 비자를 받은 외국인의 수는 총 4만268명. 한국에 등록된 총 외국인의 3.2%에 지나지 않는다. 즉, 등록된 외국인 100명 중 96명이 한국에 잠시 머무른다는 말이다.
바로 이 때문에 앞서 언급한 ‘제도적 차별’이 사회 내에 존재한다. 물론 그 96명중 상당수가 꽤 오랫동안 한국에 머물러왔을 수도 있지만, 그들은 F-5 취득을 하지 않으면 100% 안정적 정착이 쉽지 않다.
며칠 전 외국인등록증을 잃어버리고, 재발급 신청서를 쓰다가 신청서에 한국의 집주소와는 별개의 주소를 써야하는 난이 있었다. 옛 영국 주소를 적었으나 엄밀히 따지면 지금 내 주소는 여기, 대한민국이기에 옳은 답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으로 그 칸을 비워뒀다면 다시 작성하라고 했을 것이 분명하다.
아직도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믿을 수 없다. 대한민국이 다문화, 다인종으로 이뤄진 열린사회를 지향한다면, 출신 국가에 따라 사람을 구별하는 규정과 제도는 개선돼야 한다. 매년 수백수천건의 비자갱신 처리업무를 해야하는 공무원의 인력 서비스도 낭비다.
여기서 내가 발하는 ‘차별’의 대부분은 고의가 아니라 단순한 행정업무 사이사이에 나타난다. 한국인 주민번호는 성별 구분이 가능하지만 외국인 등록번호는 그렇지 않아 각종 온라인서비스 신청이 힘들다. 노인을 위한 무임승차제도도 외국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세금은 똑같이 내는데도 말이다.
최근 문화재청이 도입한 ‘외국인 중 나이가 많은 노인의 박물관ㆍ궁 무료입장 불가’라는 규정은 심지어 모든 것이 거꾸로 흘러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