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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우빌딩’의 저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한(恨)이 풀리지 않은 탓일까? 대우그룹의 마지막 상징이었던 서울역 앞 대우센터빌딩(현 서울스퀘어)이 다시 한번 수난을 겪게 됐다.

또 다시 주인이 바뀌는 비운을 맞게 된 것. 싱가포르계 투자회사인 알파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가 대우빌딩의 새 주인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매각 가격은 약 8000억원으로, 제 값도 못받고 팔렸다. 과거 서울의 상징적인 관문 역할을 했던 대우빌딩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대우→금호→모건스탠리→싱가포르투자자...다음은?

대우빌딩은 지하 2층~지상 23층, 대지면적 1만583㎡, 연면적 13만2560㎡ 규모로 지난 1977년 6월 완공됐다. 서울의 관문인 서울역 맞은 편의 23층 갈색건물은 70~80년대 한국경제 고도성장의 상징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07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모건스탠리 부동산펀드에 국내 빌딩 거래가격 중 최고가인 9600억원에 팔려 대우의 손을 떠났다. 이 금액은 지난 2004년 론스타가 강남 파이낸스센터(옛 스타타워)를 싱가포르 투자청에 판 가격인 9300억원을 갱신하며 단숨에 최고가 빌딩 거래가격을 형성했다.

2007년 금호그룹으로부터 9600억원에 대우빌딩을 사들인 모건스탠리는 무려 1000억원이 넘는 리모델링 공사를 한 뒤 이름도 ‘대우재단빌딩’에서 ‘서울스퀘어’로 바꿨다.

하지만 부동산경기 침체로 사무실 임대가 제대로 되지 않고 빌딩가치도 하락해 거액의 손실이 불가피해지자 손절매를 하기 위해 8000억원에 서둘러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모건스탠리의 손실액은 리모델링 비용까지 합하면 3000억원 가까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서울의 상징’→ ‘비운의 빌딩’으로?

대우빌딩은 1970~80년대 서울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물이었다. 특히 지방에서 서울로 첫 발을 딛은 사람들은 누구나 이 빌딩의 위용에 압도되곤 했다.

지난 1977년 6월 준공된 대우빌딩은 처음부터 대우빌딩은 아니었다. 1974년 교통부(현 국토해양부)가 교통회관으로 짓다가 만 것으로, 대우그룹 김우중 전 회장이 임직원은 모두 모여 일할 수 있는 건물을 만들겠다는 소망으로 이 건물을 인수했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이 빌딩은 그 자체가 ‘사건’이었고 ‘뉴스’였다. 대우빌딩이 준공되던 날엔 정.재계 인사들의 축하 발걸음이 이어졌고 전국에서 몰려든 인파로 하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당시엔 4대문 안에 고층빌딩이 많지 않아 대우빌딩에서 청와대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청와대 경호실이 이를 탐탁지 않게 여겨 대우빌딩의 청와대 방향 창문을 모두 가리기도 했다. 건물 옥상에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방공포 4대가 설치돼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적도 있다.

서울 관문에 우뚝 솟은 갈색건물의 맨 꼭대기 층인 25층(대우빌딩에는 4층, 13층이 없었다)에는 회장 집무실이 마련됐다. 대우건설, 대우자동차, 대우전자,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조선 등 모든 계열사가 이 건물을 거쳤다. 가장 먼저 불이 켜지고 가장 늦게 꺼지는 건물, 대우그룹이 승승장구하면서 이 건물은 한때 한국경제 고도성장의 상징으로도 불렸다.

외환위기 여파로 대우그룹이 해체하면서 이 건물은 채권단인 자산관리공사(캠코)에게 넘어갔다. 대우그룹 시대가 막을 내렸지만 ‘DAEWOO’라는 대우빌딩 간판은 수 년간 유지됐다.

하지만 2006년 11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대우빌딩의 간판은 빨간색 날개(금호아시아나그룹 상징)로 교체됐다. 대우빌딩을 팔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을 인수한지 6개월도 안돼 오피스 시장에 매물로 내놨다.

대우빌딩이 준공된 지 만 30년인 지난 2007년 외국계자본인 모건스탠리가 새 주인이 됐다. 대우빌딩의 몸값은 무려 9600억원. 모건스탠리가 약 3000억원을 투자했고 경찰공제회, 국민은행, 대상홀딩스, 대한전선, 신영 등 국내 6개사가 400여억원의 지분을 출자했다.

모건스탠리는 2년 가까이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해 대우빌딩을 ‘서울스퀘어’라는 이름으로 재개장했다. 대우빌딩의 갈색 외관은 여전하지만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의 흔적마저 사라졌다. 이제 싱가포르계 투자회사가 새 주인이 된 대우빌딩, 또 다시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지, 주인이 계속 바뀌는 비운이 계속될지 주목된다.

헤럴드 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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