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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진출 기업인들에게 들어보니…
[중국=황혜진 기자]“한국의 70~80년대 같아요. 아무리 경쟁력 있어도 공무원에 찍히면 사업 접어야 해요. 최근 중국정부가 자국산업을 우선 육성키로 하면서 이런 상황이 더욱 심해지고 있어요.”

중국에 진출한 지 10여년된 한 국내 기업 중국법인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중국 정부가 외자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하소연 소리도 커져가고 있다. 세금면제 혜택 중지, 노동법 강화, 외자기업 차별규제 등도 이들을 압박하지만 더 큰 문제는 사업승인이나 법 적용이 일관된 규정이 아닌 ‘관계’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중국은 법치(法治)보다 사람에 의해 결정되는 인치(人治)문화가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제과사업을 하고 있는 A업체의 상하이 공장을 찾았다. 공장 안은 과자를 굽느라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오븐 열기로 뜨거웠다. 이곳 관계자는 “연중 최대 소비 시즌인 춘절이 코앞이라 지금이 가장 바쁘다”면서 “현재 주 6일, 24시간 동안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때 한쪽에서 바쁘게 제품을 박스에 담고 있는 한 무리의 직원들이 눈에 띄었다. 회사 관계자는 “춘절을 맞아 중국 공무원들한테 돌릴 과자선물을 포장하는 중”이라면서 “이 곳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수작업으로 포장하고 있다. 주문물량 대기도 빠듯하지만 중국에서 계속 사업하려면 어쩔수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이라고 상황이 다르진 않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국내 B 전자업체 관계자 김 모씨는 몇달 전 황당한 경험을 했다. 중국의 한 말단 공무원이 그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 것. 김씨는 의외의 일이라 고개를 갸우둥했지만, 초대받은 그의 집 응접실 TV자리가 비어 있는 것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그 공무원이 거실에 LCD TV가 필요하다면서 며칠 후에 있을 딸의 결혼식에도 TV 몇대를 가져오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했다”면서 “상식적으로는 용납되지 않지만 중국에서 공무원은 ‘갑 중의 갑’이기 때문에 뭐든 들어주지 않으면 안된다”고 토로했다.

상하이 법인에서 근무하는 국내 C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최근 상하이 공장 증축허가를 앞두고 있어 공무원한테 전화만 오면 밤낮 가리지 않고 달려간다”면서 “밤새 술 접대는 물론 제품협찬, 뒷돈 챙겨주기 등 그들이 원하면 어떤 것도 가리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중국에선 공장 이전도 쉽지 않다”면서 “공장의 경우 해당 지방정부의 주 세원(稅源)인 만큼 타 지방으로 이전하려고 하면 어떤 트집을 잡아서라도 보복이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국내 한 중견기업 중국 법인에서 15년째 일하고 있는 Y 총감은 “하루가 다르게 중국에서 사업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면서 “5년전만 해도 공장인력 부족하면 정부에서 노동력을 구해줄 정도로 외국자본에 호의적이었지만 지금은 어림도 없다. 각종 규제를 강화하면서 ‘싫으면 나가라’란 식이다. 힘들어도 중국에서 사업하려면 그저 견디는 수 밖에 없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hhj6386>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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