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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분의 위엄’...’We are the world’를 녹음하던 그날
“We are the world”라고 말하는 이 노래에는 원초적인 감동이 있다. 촌스럽지만 당연한 이 복잡한 감정은 이 넓은 우주의 우리는 하나라는 ‘무언의 약속’같다. 이 노래를 듣고 있다 보면 어느 지점에서 이러한 가사가 나온다. “우리는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26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이 말은 마치 ’잠언’처럼 들린다.

1985년 1월 28일, 세계 최고의 가수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이 노래를 녹음하기 위해서였다. 마이클 잭슨과 라이오넬 리치를 필두로 한 자리였다. 프로듀서는 퀸시 존스였다.

앨범이 발매되기 전 해였던 1984년 에티오피아는 식량부족으로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었다. 인구의 절반은 빈곤으로 죽어가는 나라, 만성적인 식량 부족에 질병이 만연한 이 나라의 이야기는 세계적인 관심사였다. 

이 때 1984년 밥 겔도프를 필두로 한 영국 아티스트들은 ‘Do They Know It’s Christmas’라는 자선 앨범을 발표하며 에티오피아를 돕기 위한 모금 활동을 시작했다. 그들의 그룹 이름은 노골적이었다. ‘도움’ ‘원조’라는 뜻의 Band Aid. 밴드 에이드의 멤버들이 파트별로 조금씩 쪼개 부른 ‘Do They Know It’s Christmas’는 엄청난 반응으로 되돌아왔다. 유럽 넘버 1위, 미국 빌보드 13위에 올랐다.

이들 밴드의 성공은 미국의 뮤지션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마침내 그들도 모이게 되는 ’역사적’인 순간이 오게 된 것이다. ‘에티오피아 빈민 구호 활동’이라는 취지 아래 가수이자 인권 운동가인 해리 벨라폰테가 무보수로 자선 앨범에 동참할 45명의 뮤지션을 모은 프로젝트 그룹 ‘USA 4 Africa’가 태어나게 됐다. 여기에서 ‘USA’는 United States of America가 아닌 ’United Supported of Artists’였다.

마이클 잭슨과 라이오넬 리치가 공동 작사·작곡한 이 곡 ‘We Are The World’가 공개되자 그 반응은 영국가수들의 것 못지 않았다. 빌보드 1위 석권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약 700만여 장이 팔려나갔다.

그래미 어워드를 27회 수상하고 무려 79회 노미네이트된, 아무리 진부한 수식어라 해도 ‘흑인 음악의 거장’이라는 말로 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 퀸시 존스(Quincy Delight Jones, Jr.)가 프로듀싱을 맡았다. 그는 이 곡의 음악감독을 맡으며 최고의 작곡가 상을 받기도 했다.

게다가 참여한 가수들은 이름만으로도 근사한 설명이 만들어진다. 수식어가 필요없는 이름들 마이클 잭슨, 라이오넬 리치, 스티비 원더, 폴 사이먼(Simon & Garfunkel의 멤버), 케니 로져스, 제임스 잉그램, 티나 터너, 빌리 조엘, 다이에나 로스, 디온 워윅, 윌리 넬슨, 알 자로우, 브루스 스프링스틴, 케니 로긴스, 스티브 페리 (Journey의 보컬), 대릴 홀, 휴이 루이스 (Huey Lewis & The News의 보컬), 신디 로퍼, 킴 칸스, 밥 딜런, 헤리 벨라폰트, 레이 찰스 등이다. 7분짜리 곡의 위엄이었다.

모두 21명이 노래에 참여했고 후반부에 삽입되는 레이 찰스의 애드리브는 후시 녹음을 통해 완성됐다. 레이 찰스의 애드리브에 뒤이어 나오는 스티비 원더의 그루브와 브루스 스프링스턴의 허스키한 음색의 조화는 청자에게 야릇한 감동을 준다.

이후 이 곡은 또 한 번의 영광을 재현한다. 2010년 ‘We are the world-25 For Haiti’가 그것이다. 당시 로스앤젤레스 헨슨리코딩 스튜디오에는 이제 시대를 거슬러 팝계를 주름잡고 있는 가수들이 모두 등장한다. 최고의 아이돌 팝가수 저스틴 비버의 목소리로 시작되는 이 곡에는 핑크, 셀린 디옹, 레이디 가가, 스눕독, 제이슨 므라즈, 뮤지끄 소울차일드, 나탈리 콜, 조나스 브라더스, 카니예 웨스트, 토니 베넷, 제니퍼 허드슨, 에이콘, 어셔, 릴 웨인 등 선배들 못지 않는 조합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 곡은 지진으로 폐허가 된 아이티에 앨범 판매 수익금을 전달하기 위해 다시 녹음된 것이다.

이 자리에 모인 후배 가수들은 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곡을 다시 부르는 것은 ‘음악인으로서 최고의 영광’이라고.

다시 1985년 1월 28일, 노래는 이렇게 녹음을 마쳤다. 그 해 3월 노래는 발표되고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는다. 이 곡으로 벌어들인 3000만 달러가 넘는 수익금은 아프리카 기아구제를 위해 음악인들이 설립한 비영리단체 ‘USA for Africa’에 전달됐다. 그리고 이 노래는 무수한 목소리로 여전히 불리고 있다. 영원히 죽지 않는 뮤지션들과 함께.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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