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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뱃돈 대신 등록금 동결해 주시면 안 될까요?”
시골에서 도시로 유학간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농부는 가족 같은 소를 내다팔았다. ‘상아탑’이라고 불리던 대학이 ‘우골(牛骨)탑’으로 불리게 된 연유이다. 이제 이 얘기는 고전이 됐지만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으로 대학이 이제는 사람뼈가 쌓이는 ‘인골(人骨)탑’이 될 지경이다.

전주 모 대학 사회복지학과에 다니는 A군(19)은 문자 그대로 ‘주경야독’(晝耕夜讀)하면서 학교를 다녔다. 낮에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밤에는 주물공장에서 쇳덩이를 나르면서도 우울증을 앓고 있는 어머니의 치료비에 생활비까지 보태고 학업을 병행했다. 하지만 2학년 등록일이 다가오면서 결국 대형서점에서 교재를 훔치면서 절도죄로 지난달 경찰에 불잡혔다.

지난해 11월에는 대구에서 등록금에 대한 심적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여대생이 목을 매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정부가 등록금 상한제와 취업후 상환제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1년 1000만원에 육박하는 등록금은 최근의 경제난과 맞물려 학생과 그 가정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지난해 대학에 등록금 인상 자제를 요청해 200개 4년제 대학 중 절반이 넘는 115곳이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대학의 자율성을 기치로 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도 지난달 7일 대학들이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3% 이내로 올리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발표했으나, 일부 대학은 물가인상과 신축공사비 명목으로 등록금을 인상할 방침이다.

이기수 전 대교협 회장이 총장으로 있는 고려대는 3년간 평균 물가상승률(3.4%)의 1.5배까지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다는 등록금 상한제를 적용, 5.1% 인상안을 냈다 학생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2.9%만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밖에도 동국대, 한성대, 건국대, 국민대 등이 5% 안팎의 인상률을 제시해 3월 개강 전후로 학생들과의 줄다리기는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 팀장은 “현재 등록금 상한제라는 것은 실질적으로 ‘인상률 상한제’로, 이것만으로는 등록금 인상을 막는데 부족하다”며 “액수상한제도 같이 시행해야 반값 등록금, 가계소득 대비 등록금 제한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태형기자 @vmfhapxpdntm>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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