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지업계에선 무림P&P(옛 동해펄프)가 공포의 대상이다. 인쇄용지 시장 전망을 낙관할 수 없는데도 버젓이(?) ‘일관화공장’ 건설을 밀어붙였고,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무림은 오는 3월1일 공장을 완공해 시험 생산을 거쳐 5월 1일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 공급 과잉의 기존 시장에 추가로 연간 50만t의 공급량이 늘어나는 셈이다. 전자교과서와 전자책이 활성화하고 있는데 이를 역행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따른다.
무림은 이를 ‘중국의 공습에 대한 사전 대비’라고 정리했다. 제지산업 후발자인 중국은 우리 업체들에 비해 최신 설비와 대규모 공장을 갖춰 생산성과 가격경쟁력이 10~20%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최대 단일 공장 생산 규모가 연간 50만t인데, 중국은 100만t 공장이 예사다.
또 “일시적으로는 공급 과잉은 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국내 인쇄용지산업의 경쟁력을 한 차원 높이는 투자”라며 “일관공장만이 국내 아트지 시장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인쇄용지업체들이 고부가가치 분야로 지종(紙種) 전환을 서둘 것을 주장한다. 인쇄용지(아트지)를 생산하는 계열사인 무림페이퍼도 무림P&P의 일관공장이 가동되면 라벨지 등으로 생산품목을 바꿀 예정이다.
일관화공장이란 펄프와 종이를 동시에 생산하는 체계로, 국내에선 유일하다. 해외에서 말린 펄프를 수입해 부두에서 실어와 이를 다시 풀어 쓰는 과정이 없어진 만큼, 품질과 원가경쟁력이 크게 높아진다. 이 부분의 원가절감률 15%는 그대로 이익률이 되는 셈이다.
무림은 무림P&P 울산공장에 일관화공장을 2, 3호기까지 추가로 건설한다는 방침이다. 50만t의 1호기가 가동돼 안정화에 접어드는 내년 이후가 될 전망이다. 무림은 지난 2008년 무림P&P를 인수한 뒤 5000억원을 들여 일관화공장을 건설 중이다.
무림은 인쇄용지의 부정적 전망에도 무림P&P의 원가경쟁력으로 극복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설사 소비가 줄어 제품가격이 하락해도 경쟁 업체보다 더 오래 버텨낼 수 있다는 뜻이다. 때문에 제지업계는 무림이 구조조정자 역할을 하지 않을까 불안과 기대가 교차되고 있다.
김 사장은 “지금같은 종이 생산 체계로는 장기적으로 국내 시장에서도 살아남기 어렵다”면서 “무림은 생산량의 55%를 해외에 수출하는데, 중국이 덤핑 문제로 수년간 최대 시장인 북미, 유럽 수출길이 수년간 막힌 것도 무림의 전망을 밝게 한다”고 말했다.
지난 해 환갑을 넘긴 김 사장은 무림페이퍼(인쇄용지), 무림P&P(펄프), 무림SP(특수지) 계열 3개사의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수년 전 힙합 복장과 인라인스케이트에 도전해 화제가 됐던 그는 이번에 파마머리로 변신해볼 작정이다.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