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조선소인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가 가동 중단 위기를 맞았다.
노사의 첨예한 대립 속에 2달여간의 파업이 진행된 끝에 결국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정치권과 노동계까지 얽혀서 사태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 사태의 추이가 향후 국내 사업장을 점차 줄이고 해외로 사업장을 이전하려는 조선업계를 비롯한 많은 제조업체의 미래에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15일 생산직 직원 172명을 정리해고 했다. 당초 정리해고 목표 수준인 400명에서 희망퇴직신청서를 낸 228명을 뺀 인원이다. 이 회사는 또 직장폐쇄에 이어 파업을 진행중인 노조에 대해 강제 퇴거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한진중공업은 지난 14일 영도조선소를 비롯해 울산공장, 다대포공장 등에 대해 직장폐쇄를 시행했다.
한진중공업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지난 2009년 이후 신규 수주를 단 한척도 하지 못하고 수주 잔량도 올 5월께 소진되는 등 경영난에 허덕이자 정리해고 등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하지만 노조는 이같은 사측의 방침에 대해 “경영의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관계자는 “2007년 만든 필리핀 수빅 조선소에 영도조선소에 맞는 물량까지도 빼돌리고 있다”며 “사측이 영도조선소가 경쟁력이 없다는 것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향후 외부단체 등과 연계를 통해 투쟁을 지속한다는 방침이어서 사태는 쉽게 가라앉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여기에 정치권과 민주노총 등이 개입하면서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이같은 한진중공업 사태는 향후 조선업체를 비롯한 상당수의 제조업체들이 겪을 수 있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회사 노사갈등의 핵심은 한진중공업이 사업의 무게중심을 영도조선소에서 수빅조선소로 옮기고 있기 때문인데, 상당수 기업들도 생산성과 해외시장 접근성 등을 들어 사업장의 해외 진출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진중공업 사태를 다른 회사라고 겪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airi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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