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고민이 되는 건 바로 ‘사업 아이템’. 일단 뛰어들긴 했지만 이른바 ‘돈 되는 장사’인지 확신이 서질 않는다. 임씨는 “노인수당을 지급해주는 게 복지가 아니다. 은퇴자에게 가장 필요한 복지는 바로 ‘일자리’”라며 “창업을 하면서 애로사항이 많은데 이를 의논할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베이비붐(1955~64년) 세대의 퇴직이 이어지면서 은퇴자 취업난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현재 추산되는 국내 베이비붐 세대는 약 900만명이며 당장 3년 안에 150만명 이상이 퇴직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청이 최근 ‘시니어비즈플라자’를 개소한 것도 이 같은 ‘국가적 재난’을 대비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이곳은 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대학 등이 손잡고 문을 연 ‘시니어 재취업ㆍ창업 허브’다. 은퇴자가 다시 경제활동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하나부터 열까지 지원하겠다는 목표로 설립됐다.
개소 첫날 이곳을 방문한 임씨 역시 기대감이 크다. 그는 “전문가와 창업 아이템을 의논하고 싶어 방문했다. 곳곳에 이런 지원센터가 활성화돼야 은퇴자도 자신감을 갖고 다시 취ㆍ창업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서울 은평구청에는 김동선 중기청장과 이재오 특임장관을 비롯, 정부기관장과 국회의원 등이 한 자리에 모였다. 중기청이 추진하고 있는 ‘시니어 살리기 프로젝트’의 첫 단추, 시니어비즈플라자가 개소하는 날이었다. 김 청장은 이날 “어떤 복지보다 일자리 창출이 최고의 복지다. 전국 최초로 은평구에서 시니어비즈플라자가 생겼는데 이곳이 제2의 성공인생을 지원하고 시니어의 경험이 사회적 부로 이어지는 구심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니어비즈플라자는 조기퇴직자들이 창업과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지원센터다. 일종의 퇴직자 ‘사랑방’이자 ‘학교’인 셈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가장 먼저 카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다. 총책임자를 맡은 윤황보 호서대 글로벌창업대학원 교수는 “편하게 플라자를 방문할 수 있도록 카페처럼 꾸며봤다. 문턱을 낮춰야 더 많은 은퇴자들이 방문할 수 있지 않겠냐”고 웃으며 말했다.
안에는 1인 작업실, 컴퓨터실, 회의실 등이 갖춰져 있었다. 이곳에서 벤처ㆍ창업 지원으로 전문성을 갖춘 호서대에서 파견된 전문 인력이 상담 업무 등을 진행하게 된다. 강일구 호서대 총장은 개소식에서 “창업대학, 벤처대학을 운영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며 “초기창업 준비단계, 아이디어 구체화 단계, 실행 단계 등 단계별로 교육 및 상담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중기청은 시니어비즈플라자를 중심으로 시니어 창업 및 재취업 지원 사업을 펼치게 된다. 지난해 중기청은 시니어 유망창업업종 사업모델 20개를 개발,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50대 기업ㆍ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퇴직ㆍ퇴직예정자 4000여명의 정보를 확보했다. 중기청은 이를 바탕으로 올해 1000개 창업, 3000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기청 측은 “퇴직인력의 역량을 진단해 단계별 맞춤형 교육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창업 이후에도 조기 정착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허브 역할을 시니어비즈플라자가 담당하게 되며 은평구 1호를 시작으로 올해 안에 수도권, 부산 등에 총 6개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교육 우수 수료생에게는 5000만원 한도 내에서 시니어창업전용자금도 지원한다.
특히 올해 중기청이 중점적으로 추진할 시니어 정책은 중소기업의 재취업 지원 부문이다.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는 중소기업과 취업난을 겪고 있는 은퇴자를 연결해주며 ‘윈ㆍ윈 효과’를 달성하겠다는 의도다. 보유하고 있는 우수 중소기업의 정보와 새롭게 확보한 기업 퇴직자 정보를 적극 활용해 중견벤처기업에 맞춤형 인재를 제공할 방침이다.
중기청 측은 “경영자문, 해외사업 경험 등 퇴직자 중에서 중소기업에 절실하게 원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가 많다. 이들을 연결만 시켜줘도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선 현장의 반응도 뜨겁다. 시니어비즈플라자를 방문한 김 모(52) 씨는 “퇴직자들이 갖고 있는 능력을 활용하지 않는 건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며 “중소기업과 퇴직자를 연결해주는 기반이 없었는데 이런 시도가 진행된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라고 전했다.
인력 부족을 가장 큰 경영난으로 꼽는 중소기업에서도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매출 1000억원대의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사람을 뽑아서 교육을 다 해놓으면 그만두거나 대기업으로 옮기는 일이 비일비재”라며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 전환이 근본적인 해결책이지만 단기적으로 은퇴자 등 경험이 풍부한 인력을 지원받으면 시급한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상수 기자 @sangskim>
dlc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