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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엇갈린 운명의 北 황태자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북한이 경축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후계를 놓고 경쟁을 벌였던 김정남ㆍ정철ㆍ정은 등 북한 로열패킬리 세 아들들의 운명이 극명하게 엇갈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지목된 3남 김정은은 빠른 속도로 권력을 이양받고 있는 반면,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김정남과 김정철 등 김정은의 두 형들은 외국에서 떠돌이 신세로 전락하거나 권력과 철저히 거리를 두며 외유에 나서고 있다.
16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공훈국가합창단의 공연을 관람했다고 보도하면서 수행자 보도순서에서 후계자 김정은을 처음으로 리영호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보다 먼저 소개, 김정은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줬다. 조선중앙방송도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김정은 찬양가로 알려진 ‘발걸음’이 공연됐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최근 조선인민군, 인민내무군, 국가보위부 등 수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북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 부위원장에 공식 추대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방위 부위원장 추대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대회를 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일이 처음 노동당 비서에 올랐을 때 추대형식을 취하긴 했지만 김정은은 지난해 당 대표자회를 통해 직위를 부여받는 등 지금까지는 절차를 갖추려는 모양새를 띠었기 때문에 국방위 부위원장 추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의 차남인 김정철(30)이 이달 초부터 10여일간 싱가포르에 머물며 김 위원장의 생일 이틀전인 지난 14일 열린 유명 록가수 에릭 클랩튼의 공연을 관람한 것이 확인돼 김정철도 권력투쟁에서 밀려 해외로 떠돌고 있는 장남 김정남과 같은 길을 걷는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에릭 클랩튼과 미 프로농구(NBA) 선수였던 마이클 조던의 광팬으로 알려진 김정철은 영어와 독일어에 능통하고 IT분야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2001년 이복형 김정남이 가짜 여권으로 일본에 입국하려다 발각돼 김정일의 눈 밖에 난 이후 유력한 후계자로 부상하기도 했으나 김 위원장이 유약한 성격의 정철보다는 자신을빼닮은 3남 정은 더 좋아하면서 자연스럽게 권력투쟁에서 밀려났다.

김정남의 경우 일본과 마카오 등 외국을 떠돌면서 암살설과 망명설 등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지난달 말 일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김정일)는 (3대) 세습에 반대였지만, 국가체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면서 “때때로 (아버지에게) 직접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고 언급,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철이 에릭 클랩튼의 공연을 관람했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그가 권력의 핵심에서 소외됐고 북한에서 특별히 할 일이 없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김정철은 북한에서 권력과는 거리를 둔 채조용히 지내는 생활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고 김정남 역시 해외 떠돌이 생활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안현태 기자 @godmarx>pop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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