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를 대표하는 자리의 무게감 만큼 제33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선출하기까지의 ‘산고(産苦)’는 만만치 않았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 자신이 거느린 기업의 성장동력 확보에 매진해야 하는 과제를 짊어진 오너들에게 전경련의 새 수장 자리는 부담스러울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재계의 선장을 마냥 비워둘수 없다는 회장단 및 원로들의 공감대가 결국 여러모로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을 만한 새 수장의 추대를 이끌었다.
지난해 7월 조석래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사임을 표하면서 후임 회장이 누가 되느냐는 재계의 큰 관심사였다. 후보 1순위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었다. 마침 그해 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한 만큼 시기도 적절했고 이 회장 만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는 후보를 찾기 어려웠다.
전경련 회장단은 지난해 7월 삼성의 영빈관인 승지원을 찾아 이건희 삼성 회장에게 전경련 회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으며 같은해 11월 마지막 회장단 회의에서도 이 회장을 재차 추대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올해 첫 회장단 회의 이틀전인 지난달 11일, 일본으로 출국하면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 등으로 전경련 회장을 맡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고사의 뜻을 분명히 하면서 이 회장에 대한 구애는 실패로 끝났다.
이어 유력한 후보였던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이 올해 초 보도자료를 통해 “설령 제의나 추대가 들어온다 해도 맡을 수 없다는 생각은 확고하다”고 밝히는 등 후보군들이 직ㆍ간접적으로 전경련 회장직을 맡을 뜻이 없음을 표명하면서 공석 사태가 장기화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오는 24일 개최되는 전경련 회원사 정기총회 직전까지는 회장 추대가 이뤄져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 조석래 회장 등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특히 조 회장은 아직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직접 허창수 GS 회장에게 자리를 맡아달라고 간곡히 요청해 회장단 및 원로들의 추인까지 끌어내는 등 온갖 노력을 펼쳤다.
이에 지난 17일 열린 추대 모임에 참석한 회장들이 만창일치로 허 회장을 추대했다. 아울러 손길승 전 회장 등 원로 인사들도 허 회장에게 힘를 실어줬다. 이에 그간 여러차례 회장직 제의를 거절해온 허 회장도 결국 마음을 열게됐다는 후문이다.
<김영상ㆍ하남현 기자@airi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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