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신사, 소탈한 성품….
허창수(63) GS그룹 회장을 얘기할 때 늘 따라붙는 수식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 등 주요 행사에도 수행원도 없이 참석하고, 때로는 지하철을 타고 출근할 정도로 격식을 따지지 않는다. 튀는 언행을 보인 일도 없고 두루 겸손하고 무난한 성품이어서 전경련 회장직을 수행하기에 무난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으론 말수가 적고, 특히 대우조선해양 인수 포기 뒤에는 더욱 언론에 나서길 꺼려하기도 했다.
허 회장은 제33대 전경련 회장직 추대를 수락한 바로 다음날인 18일 아침 출근때도 역삼동 GS타워 로비에서 대기하고 있던 언론을 따돌리고 집무실로 직행했다. 평소 공식 행사에서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잘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워낙 급작스럽게 전경련 회장에 추대돼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더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허 회장이 재계 7위 그룹의 총수임에도 그동안 전경련 회장단 안에서나 재계에서 덜 주목받은 것은 이런 성품에서 비롯된 탓도 크다.
막상 차기 전경련 회장직에 허 회장이 추대됐을 때 재계에선 이만한 적격자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룹규모, 연배나 인품, LG 등 4대그룹과의 관계, 현 정부와의 관계 등에소 고르게 합격점이다. 허 회장의 전경련 활동 시기가 2009년 2월부터로 짦다는 점 외엔 결격 사유가 없다.
허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67학번으로, 고려대 경영대학 교우회장을 맡았다. 미국 세인트루이스대 보드 멤버, 시애틀 워싱턴대 경영대학 보드 멤버로 참여하는 등 학맥도 든든하다.
재계에선 김윤 삼양사 회장, 정몽진 KCC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의선 현대기아차 부회장, 이웅열 콩오롱 회장, 조남호 한진중공업 대표 등이 고려대 경영대 출신이다. 무엇보다 허 회장은 대통령의 6년 직속 후배다. 허 회장이 현정부 집권 후반기에 전경련과의 관계 개선에 유리할 수 있는 카드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허 회장은 경남 진주의 만석꾼이자 락희금성 공동창업주인 효주 허만정(許萬正) 회장의 3세손이다. 허만정 회장의 3남인 고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이 허 회장의 부친이다. 허씨 일가 자손들은 돈 쓰는 법에 대해 엄격한 교육을 받아 허 회장 역시 검소한 편이다. 허만정 회장은 돈을 서울로 보내 달라고 하면 묻지 않고 무조건 보내주었지만, 대신 어디에다 썼는 지를 엄중하게 따지는 교육을 시켰다고 한다.
혼맥으로는 OCI그룹의 이수영 회장의 동생 이화영 유니스 회장과 동서지간이다. 허 회장의 처인 이주영 여사가 이화영 회장 부인의 친언니다. 이주영 여사는 이철승 전 상공부 차관의 딸이며, 이화여대를 나와 박용만 (주)두산 회장 부인 등 재계에 이대 출신 부인들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허 회장은 이주영 여사와 슬하에, 1남 1녀를 뒀으며 허윤홍(32)씨는 GS건설에 사원 입사해 재무팀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허윤영(35) 씨는 가정주부로서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한지숙 기자 @hemhaw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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