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버그=한지숙 기자】넬슨 만델라의 입원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제중심 도시 요하네스버그가 떠들썩 했던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시내 중심가 샌톤시티 광장에는 만델라 동상이 우뚝 서있다. 그 한편으로 남아프리카 국제투자전문은행 스탠다드뱅크(SB)의 간판이 걸려 있다.
중국 공상은행(ICBC)이 아프리카 진출을 강화하기 위해 아프리카 17개국에 진출해 있는 SB 지분 20%를 전격 사들인 게 불과 3년전인 2007년이다. 그 사이 아프리카의 자원, 건설, 플랜트 시장은 중국에게 점령당하다시피 내줬다.
현지에서 만난 피터 폰 클렘퍼러 SB 광산및광물 담당 수석 연구원은 “ICBC 같은 큰 조직과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SB도 중국 진출이 더 원활해지고, 중국 기업과의 사업 협력 의사결정에도 도움을 받고 있다”며 “양기관은 매우 긴밀하다”고 말했다. 두 자원 부국의 환상적인 조합인 셈이다.
클렘퍼러 연구원은 “광산기업은 지역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 계획을 잘 갖춰져 있어야 하고 정부와의 관계도 우호적이어야하는데 중국이 그런 면에서 잘 한다”고 말했다.
남아공은 최근 브릭스(BRICs) 국가들과 경제 협력을 늘리고 있어 중국의 투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기술 교류도 진행되고 있다. 베니 모카바 전(前) 사솔 이사는 “중국 정부는 남아공 조복에 있는 비츠 대학교와 연구개발(R&D) 협력을 하고 있다”며 “중국은 기술력도 좋아서 언젠가 남아공에 정유소나 발전소를 짓는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치솟는 광물가격, 광산인플레도 심화 = 광산업은 남아프리카공화국 경제의 시작과 끝이다. 남아공은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중국, 러시아, 호주, 브라질에 이어 세계에서 5번째로 큰 광물국가다. 플래티넘, 타이타늄의 매장량은 호주나 러시아 보다 크다.
플래티넘의 경우 세계 생산량의 75%가 남아공에서 나오며, 나머지를 러시아, 미국, 캐나다, 호주가 차지한다. 플래티넘, 망간, 크롬, 금, 티타늄, 철 등 60가지 광물이 100개국에 수출되는데, 남아공 전체 수출액의 50%를 차지한다.
광물 생산과 직접 관련 있는 고용은 50만명에 이른다. 지질서비스, 전력 등 간접 연관 인력은 100만명에 달한다. GDP의 8.8%가 광업이고, 광업과 연관된 산업 비중은 18%다. 수출의 50%는 광산과 광물이다.
최근 세계 경기 회복을 타고, 가장 주목받은 광종은 플래티넘. 자동차 부품소재, LCD 등 IT기기 부품소재, 의료 기기 등에 다양하게 쓰이는 플래티넘의 가격은 지난 2008년 최저치인 온스당 600달러에서 올 들어 1800달러를 넘어 섰다. 중소 자원개발 회사 플랫필드의 본가니 엠빈드웨인 사장은 “곧 2000달러가 될 것”이라며 “중국은 플래티넘 개발에 많이 투자하고 있고, 일본은 플래티넘 재활용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자동차산업이 큰 데도 플래티넘을 사들이기만 하고 투자는 하지 않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광물 가격이 인상돼 자원개발 업체의 수익성이 좋아지면서 앵글로플래티넘, 리버스데일 등 자원개발 업체들의 몸값은 뛰었다. 광산의 인플레이션은 최근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클렘퍼러 연구원은 “프로젝트 단위가 커지고, 자원 생산과 수출에 필요한 최저 인건비가 상승했고, 광산에 드는 전력비용도 증가하고 있다”며 “광산 가격은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하라 이남 블랙 아프리카 전력의 50%를 차지하는 남아공의 전기요금은 세계 수준보다 낮다. 그러나 남아공 전력의 95%를 차지하는 에스콤은 전기 사용료를 올해 25% 가량 인상하고, 2013년까지 매년 25% 정도의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남아공의 광산업을 비롯한 경제는 아프리카 지역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도화 돼 있어 다국적 기업 차지가 됐으며, 최근 관련 투자방식도 직접투자(FDI)나 기업 인수합병(M&A) 보다는 일부 지분 인수나 장기구매계약(Offtake)으로 변화하고 있다.
▶현지서 전하는 우리나라 아프리카 투자의 문제점과 투자 팁은 = 현지에 진출해 있는 우리 업체 지사 종사자들은 우리나라의 아프리카 투자 접근 방식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정관계 고위인사의 아프리카 방문이 전시성에 그쳐 실제 민간기업들의 투자 유치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규모가 작은 탓도 있지만 중국, 인도, 브라질이 아프리카 지역에서 잇따라 괄목할 만한 투자 성과를 올리는데는 각 정부의 자원 외교가 가장 큰 공로자라는 것.
실제 모잠비크에서 버스를 수출하려던 우리 대우버스는 성사 직전 단계에서 인도 타타자동차에 뺏긴 것으로 전해졌다. 타타그룹의 철강업체 타타스틸이 아프리카 석탄 개발을 늘리면서 현지 정부와 맺은 밀접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른 정부 투자 프로젝트 입찰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박재훈 포스코 차장은 “아프리카에선 더이상 자원만 캐가는 시대는 지났고, 자원개발의 70%는 발전, 철도, 항만 등 인프라 투자와 연계된다”며 “우리나라 민간 기업이 단독으로 움직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지 지사장들은 우리 기업들이 단기 성과 위주로 의사 결정을 내리는 투자 관행도 문제로 꼽았다. 최고의사결정자가 아닌 실무 임원의 의사결정으론 20~40년 단위의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어렵고, 직원들이 오지에서 파견 근무를 꺼리는 점, 내부 정보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는 점 등이다.
한 기업 지사장은 “모 건설사는 스터디 차원에서 여러차례 직원들을 보냈는데, 매번 똑같은 질문을 해 현지 기업 관계자들이 당혹스러워하고 그런 이유로 한국 기업 만나기를 꺼리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때문에 보다 철저한 준비와 중장기 투자 리스크를 안고 감행할 수 있는 오너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지 관료의 부패상황, 법규와 제도, 비즈니스 환경 등도 사전에 검토해야한다.
남양일 삼성물산 요하네스버그 지점장은 “일본 미츠이상사는 2000년대 초반 시장에서 반응이 싸늘한데도 브라질 철강기업 발레에 투자해 현재 1만배의 수익을 거뒀다”며 “우리나라 기업 환경에선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로저 벡스터 남아공 광산국 수석 연구원은 “인내심을 가질 것, 원칙에 충실할 것, 불법적인 일에 관여하지 말 것, 정석대로 할 것. 좋은 파트너십을 가질 것” 등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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