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스마트패드 열풍 등에 밀려 내비게이션은 대표적인 사양산업으로 치부돼 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오히려 업계마다 이를 비웃듯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호황기를 누렸다. 3D, 음성인식 등 내비게이션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며 ‘디버전스(divergence)’ 영역을 구축한 데 따른 성과다.
내비게이션 업체 파인디지털도 지난해 창립 최초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숨 가쁜 한 해를 보냈다. 숨고를 틈도 없이 파인디지털은 2011년을 해외 진출 원년으로 삼았다. 이탈리아 시장 공략에 이어 하반기부터 오랜 기간 공을 들인 중국 시장에 첫 걸음을 내딛는다.
김병수 파인디지털 이사는 “중국의 자가용 보유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제 조만간 중국이 세계 주요 내비게이션 업체가 격전을 벌이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3D 제품이 이미 업계의 대세로 자리 잡았고, 음성인식 역시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빠른 시일 내에 음성인식이 터치방식을 대체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비게이션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안전’인데 음성인식이 터치 방식보다 한층 안전할 뿐더러 음성인식 기술의 발전으로 터치 못지않은 인식률을 보이고 있다는 게 김 이사의 설명이다.
그는 “이미 50대 이상의 고객에선 터치보다 음성 인식을 더 많이 쓰고 있고 내년에는 음성인식 제품 비중이 전체 판매량의 3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엔터테인먼트는 차량 내 멀티미디어 기능을 의미하며, 파인디지털이 음성 인식에 이어 내비게이션 기능으로 새롭게 주력하고 있는 분야다.
제품 강화와 함께 파인디지털은 올해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다. 이미 2월 초 이탈리아 자동차 부품 제조회사 마그네티 마렐리와 순정형 내비게이션 공급 관련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이탈리아에 이어 하반기에는 중국 시장에 진출한다. 지난해부터 맵 개발 작업에 착수해 기술 개발을 마쳤으며, 하반기 중국 법인을 설립한 뒤 OEM 등이 아닌 파인디지털 브랜드로 내비게이션 판매를 실시한다. 현재 중국 내비게이션 시장은 유럽 기업이 선점하고 있는 상태. 하지만 유럽 제품과 비교할 때 충분히 비교 우위에 있다는 게 파인디지털의 판단이다.
김 이사는 “유럽이 중소도시 문화인 반면 동북아는 대도시 문화다. 그만큼 도시가 복잡하기 때문에 3D 등 비쥬얼의 섬세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내비게이션의 중요한 서비스 요소가 업데이트인데 유럽이나 미국 기업 등이 이 분야에 취약하다. 진출한다면 충분히 유럽, 미국 기업 등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파인디지털은 올해 중국 등 해외 수출로 매출 1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전체 매출의 10% 수준이다. 김 이사는 “수출 첫 해이기 때문에 우선 진출한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성급함 없이 시간을 두고 장기적으로 수출비중을 늘려가겠다”고 밝혔다.
파인디지털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기업은 가민(Garmin)이다. 내비게이션 업계 세계 1위 기업인 가민은 내비게이션 시장을 전문적으로 개척해 차량에 어어 배, 잠수함 등 다양한 운송수단에 내비게이션을 판매하고 있다.
김 이사는 “한 눈 팔지 않고 내비게이션 하나만으로 매출 3조원을 달성하고 있는 게 가민”이라며 “파인디지털 역시 쉽고 빠른 내비게이션을 만든다는 목표 하나만 바라보며 한눈팔지 않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수 기자 @sang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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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디지털 연구소에 모인 연구원들이 파인드라이브 제품 성능 테스트에 몰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