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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대지진> ’입이 말썽’...유명인사 연이은 ’설화’
우리는 이날을 대재앙이 찾아온 악몽으로 기억한다. 순식간에 참혹해진 현실에 세계인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을 때에 그 입으로 인해 말썽을 부리는 이들도 있었다. 대지진의 재난은 설화의 공포로 이어졌다.

11일 대지진이 일본 동북부 지역을 강타했다. 미디어는 24시간 내내 재난 현장을 생중계하고 있다. 세계의 눈은 아시아의 섬나라 일본으로 향해 있다. 이러한 와중에도 수많은 입은 차마 하지 말았어야 할 말들을 뱉어냈다.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다. 대지진을 소재로 풍자를 하거나 말장난을 했던 유명인사들은 줄줄이 사임하고 사과를 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뱉은 말은 주워담기에 쉽지 않았다.

먼저 글로 화를 부른 유명인사다. 미국의 코미디언 길버트 갓프라이드는 자신의 트위터에 쓰나미가 휩쓴 상황을 거론하며 “일본은 정말 앞선 나라다. 그들은 해변에 가지 않고 해변이 그들에게 온다”는 글을 올렸다. 그가 남긴 트위터 글에 대해 전세계 네티즌들은 “시의적절하지 않다. 대재앙 앞에서 무슨 막말이냐”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갓프라이드는 이날 회사의 상징 동물인 오리의 울음소리를 연기한 보험회사 애플락으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미국의 코미디 애니메이션 시리즈 ’패밀리 가이’의 작가 알렉 설킨은 트위터에 일본 대지진 사태와 지난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을 연결해 글을 남겼다. “일본 강진과 관련해 기분 전환이 필요한 사람은 구글 검색창에 ’진주만 공습 사망자‘라고 검색해보라”는 글을 올렸던 것. 비판은 거셌고, 이내 비난으로 이어졌다. 비난이 일자 그의 이내 손은 빨라졌다. 그는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나의 무감각함에 대해 사과한다”며 논란이 된 글을 삭제했다.

이메일로도 일본의 쓰나미 관련 유머를 던진 사례도 있다. 미국 미시시피 주지사 대변인 댄 터너는 최근 최근 주지사 참모진에게 한 통의 이메일을 발송했다. 일간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 가수인 고(故) 오티스 레딩이 지난 1968년 ‘부둣가에 앉아’(Sittin‘ on The Dock of theBay)라는 노래로 인기순위 1위에 올랐던 것을 언급하며 이 노래가 ’지금 일본에서라면 큰 인기를 끌지 못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러한 내용은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를 통해 알려졌고 14일 미국 미시시피 주지사 대변인 댄 터너는 사임했다.

말의 무신경함이 주는 상처는 더 컸다. 미국의 경제전문 채널 CNBC방송의 래리 커들로우 앵커는 지난 11일 “지진으로 인한 인명 피해 규모가 경제적 피해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고마운 일”이라고 발언했다.

커들로우의 발언은 경제적 피해 규모에 초점을 맞춰 인명 피해보다 상대적으로 경제적 피해가 적어 미국 증시에 미칠 타격이 크지 않다는 취지였으나, 비판은 거셌다. 이내 “인명이 희생된 것은 비극”이라고 수습했음에도 새어나온 말은 빠르게 달아났다.

커들로우는 이후 트위터를 통해 “일본 대지진 희생자 규모가 경제적 피해보다 덜 중요하다는 뜻이 아니었으며, 당시 시장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에 대해 얘기하다 빚어진 실수”라고 사과했으나 비난은 멈출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에서도 이 같은 망언은 있었다.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 지사였다. 그는 14일 자국에서 발생한 대지진을 ‘천벌’이라고 비유하며 “일본인들이 탐욕스러워졌다. 이번 지진해일(쓰나미)을 이용해 탐욕을 한번 씻어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열도는 이시하라 지사의 발언으로 한 번 더 충격에 휩싸였고, 지사를 향한 비난은 점점 거세졌다. 소설 ‘일식’으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는 한국어 트위터를 통해 “‘천벌’ 따위 있을 리가 없지. 그런 말하는 본인부터가 저 나이까지 저렇게 멀쩡하니까.”라고 그의 망언에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천벌’ 망언과 관련 이시하라 지사는 15일 하루 만에 발언을 철회했다. 이시하라 지사는 이날 “대지진은 천벌이라는 말이 이재민, 국민 그리고 도쿄도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기 때문에 발언을 철회하고 깊이 사과한다”고 전했다.

헤럴드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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