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위험에 대한 오해가 자칫 사회혼란이나 과민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최악의 원전사고로 기록된 체르노빌 사고 역시 과도한 공포심 때문에 수많은 생명이 이유없이 죽음을 당했다는 주장이다. 다만,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중장기적으로 수입품 관리나 중국 등 주변국 원전사고 여파를 고려하는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재기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위원은 24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국과학기자협회ㆍ한국동위원소협회가 개최한 ‘일본 원전사고 관련 국내 방사선 영향 긴급토론회’에서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 주변국이 과민반응을 보여 상대적으로 높은 방사능이 검출된 사슴 6만3000두를 도살, 매몰했는데 후일 과잉대응이란 과학계의 평가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에서도 기형아 출산에 대한 오해로 1986년 한해에만 평년보다 임신중절이 4000건 가량 증가하는 등 방사선 위험을 오해하면서 실제 수많은 생명이 눈에 띄지 않게 희생됐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설사 풍향이 변해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방사능이 한국을 향해도 예상 피폭 방사선량은 연간 0.1mSv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 등으로 1회 왕복하는 항공여행에서 승객이 피폭하는 양과 같으며 지금도 한국 국민은 연간 평균 3mSv 이상의 자연방사선 피폭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방사선 안전 기준을 설정할 때 사회적으로 알리지 않아 지금처럼 기준 미만의 방사능이 안전하다고 발표해도 국민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과민반응을 완화하려면 평상시에도 방사능에 대한 교육과 소통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원전 사태를 계기로 국내 원전 사고 대비책도 새롭게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승숙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장은 “현재 한국이 원전사고 국제기준에 따라 원전지역 중심으로 의료기관이 배치됐고, 원전사고 및 핵테러에 대한 준비가 주축을 이뤘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중국 등 주변국에서 원전사고가 발생할 때 국내 미칠 영향을 고려해 대비체제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기 방사선생명과학회장은 “현재 일본 내 수돗물, 시금치 등이 인체에 영향을 끼칠 정도가 되려면 한 사람이 1년 간 수돗물을 1000톤, 우유와 시금치를 100톤 가량 먹어야 한다”며 “만약 방사성물질이 혼입된 식품을 섭취했다면 그 양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농수산물 및 축산물을 수입할 때 방사성물질이 오염된 상태로 반입되지 않도록 정부 당국의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상수 기자 @sang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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