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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섭의 와인 프로포즈>와인은 마셔야 맛이요, 말은 해야 맛이다

리치하다·드라이하다·샤프하다

무궁무진한 와인의 맛 표현법



섬진강에서 전해 오는 매화와 산수유 소식이 지나면 중국 대륙에서 불청객 황사가 찾아온다. 매년 3월쯤이면 우리가 경험하는 봄의 일면이다. 와인업계에서는 3월 말이 되면 지난해 정성들여 빚어낸 와인을 맛보는 행사가 진행된다. 프랑스 보르도에서 진행되는 엉 프리뫼르(En Primeur) 테이스팅 행사인데, 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전 세계 와인전문가들이 보르도에 모인다.

엉 프리뫼르는 우리에게 아주 낯선 용어지만, 알기 쉽게 설명하면 프랑스 보르도산 고급와인의 선물(先物) 거래라고 보면 된다. 지난해 가을 수확된 포도는 바로 으깨어 즙을 내고 이 즙을 발효시켜 와인을 만들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와인은 18개월에서 24개월의 오크숙성을 거치게 되는데 이듬해 3월 말쯤 오크숙성 중인 와인을 꺼내어 맛을 보게 된다. 이때 전문가들이 와인의 맛을 평가해 나중에 어떤 와인이 좋은 와인이 될지를 판별한다.

그 판단에 따라 2년 후 상품을 인도받는 조건으로 구매계약을 하게 된다. 필자도 오크숙성 중인 와인을 몇 번 테이스팅했지만 이때의 와인은 우리가 흔히 맛보는 와인과 다른 아주 어린 와인이기 때문에 맛의 밸런스가 유지된다고 말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런 와인을 맛보고 미래의 가능성을 알아내는 것은 가히 전문가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와인을 마시고 맛을 보는 것은 누구나 편하고 쉽게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숙성이 진행 중인 와인의 맛을 보고 평가하고 표현하는 것은 그다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와인의 맛은 마시는 사람이 처한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낄 개연성이 많다. 하지만 그 맛 자체는 달라지는 것이 아니기에 공통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오늘은 와인의 맛을 어떻게 표현하고 평가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일본 와인만화로 우리나라 서점가를 강타한 ‘신의 물방울’에서 작가는 기존에 접하지 않았던 화려한 수식어로 추상적인 맛을 시각화해서  와인을 표현해 독자를 당황스럽게 한다. 단지 와인을 한 모금 머금었을 뿐인데 갑자기 원시림이 나타나고 혹은 어린시절의 추억이 떠오르곤 한다. 와인의 맛을 많이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이 보면 황당무계한 이야기로 비칠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필자로서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일부 공감이 가는 표현들도 많이 나온다.

예를 들면 샹볼 뮈지니 와인을 표현할 때 습한 대지의 기운을 표현한다든지 혹은 부르고뉴 와인을 표현할 때 딸기밭 그림이 나타나는 것은 필자뿐 아니라 그 와인을 마셔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표현일 수도 있다. 뉴질랜드의 소비뇽블랑을 마시면 반지의 제왕에서 많이 보았던 넓은 초원이 떠오르는 것을 아마 독자 여러분들도 느껴본 적이 있을지 모른다.

이는 소비뇽블랑 특유의 풀 혹은 잔디 냄새에서 일어나는 연상작용일 것이다. 또한 뉴질랜드의 이미지에서 오는 청량감, 순수한 자연의 이미지가 예전에 히트했던 영화 ‘반지의 제왕’의 촬영지와 함께 떠오르면서 자연스럽게 뉴질랜드의 대초원이 연상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맛의 표현은 자신만의 언어가 아니고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언어로 표현할 때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와인의 맛을 표현할 때는 항상 3가지 이상의 감각을 이용해 표현하게 된다. 첫째가 시각적 관찰이고 둘째가 후각적 관찰,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각적 관찰을 하게 된다.

시각적인 관찰을 통해선 가장 먼저 와인의 부패 여부를 알 수 있다. 와인은 어떠한 경우에도 맑고 광택이 나야 한다. 만약 와인이 탁주처럼 뿌옇다든지 와인 안에 이물질이 떠다니는 것은 부패했을 가능성이 높다. 와인의 숙성 정도도 시각적으로 알 수 있다. 예컨대 아주 일반적인 경우 화이트 와인은 처음에는 무색 혹은 녹색이 감도는 옅은 노란색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골드 컬러가 짙어진다. 


아주 좋은 골드 컬러가 보일 때 화이트 와인은 숙성의 피크에 있다고 할 수 있으며 갈색이 나타나면 와인의 절정기가 지났다고 볼 수 있다. 레드 와인은 처음 만들었을 때는 보라색 기운이 많지만 숙성과 함께 오렌지 색으로 바뀌고 역시 갈색이 보이기 시작하면 절정기를 지났다고 할 수 있다.

후각은 와인의 맛을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감각이다. 우리의 코는 예민해서 아주 많은 향을 구분할 수 있다. 아로마 휠이라는 표에서도 잘 알 수 있듯이 와인에는 수많은 좋은 향이 있다. 와인을 마시기 전 우리는 코로 먼저 와인의 향을 확인함으로써 어느 정도 와인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향으로 와인의 품종을 추측할 수 있고 맛이 복합적인 고급 와인인지 아니면 맛이 심플하고 가벼운 와인인지는 후각적 관찰에서 대부분 알 수 있다. 또한 와인의 미각적 관찰 후에 느끼는 맛의 여운도 결국은 삼켰다가 나오는 와인의 후각적 느낌과 다름없다.

마지막으로 미각적 관찰이다. 색과 향을 확인한 와인은 마지막으로 맛을 보게 된다. 우리의 혀는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그리고 감칠맛(우마미)이라고 하는 다섯 가지의 기본 맛을 감지할 수 있다. 화이트 와인은 신맛과 단맛을 기본 맛으로 해 여기에 알코올감, 과실미 등이 보태져 와인의 맛을 표현한다.

레드 와인은 이들 맛에 떫은 맛이라고 하는 촉각적인 맛이 더해져 화이트 와인보다 조금 더 복합적인 맛을 가지고 있다. 떫은 맛이란 본디 미각적인 맛이 아니고 혀를 조여주는 촉각적인 감각에 해당된다.

단맛이 풍부하면 ‘리치하다’고 표현하고 단맛이 없으면 ‘드라이하다’고 말한다. 또 신맛이 풍부하면 ‘샤프하다’고 하고 부족하면 ‘밋밋하다’고 표현한다. 타닌이 많은 와인은 ‘남성적’, 적으면 ‘여성적’이라 한다. 알코올 성분이 많으면 볼륨감을 느끼고 적으면 평범한 느낌이 든다. 과실미는 젊은 와인에서는 풍부하게 느낄 수 있지만 와인의 숙성과 함께 점점 엷어지는 맛이다.

와인을 마시면서 굳이 와인의 맛 표현법까지 배울 필요는 없다. 그냥 마시고 즐거우면 그뿐이다. 하지만 와인을 좀 더 즐겁게 마시려면 와인의 맛을 표현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지만 다른 사람과 소통이 되기 때문이다. 소통을 통해서 자신이 느끼는 맛은 배가되고 더욱 즐겁게 와인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신의 물방울’의 작가와 꼭 같은 표현은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해 보는 것도 좋다. 이럴 땐 소통을 위한 단어가 아닌 자신만이 알고 있는 자신의 추억을 가슴에 다시 한 번 아로새기기 위한 도구로 쓰일 것이다. 이렇게 화창한 봄날에는 뉴질랜드 실레니 와이너리의 소비뇽블랑을 마시면서 봄을 만끽하는 것도 좋겠다.

김진섭 트윈와인 영업팀장
[사진제공=금양인터내셔날]



“가장 프랑스적인 와인…삼계탕·만두 등 한식…마리아주 기가 막히죠”

프라즐 ‘샤토 브리에’ 대표



프랑스 메독 지역의 와이너리 ‘샤토 브리에’의 에르완 프라즐 대표가 최근 한국을 찾았다. ‘샤토 브리에’는 한국인이 소유한 최초의 와이너리로 국내ㆍ외에서 큰 관심을 받은 곳이다. 에르완 프라즐 대표의 부인이자 와이너리의 공동 소유주인 앨리손 김 씨는 서울대 약학대학장을 지낸 김기우 씨와 독립운동가로 활동한 박보렴 여사의 손녀다. 한국인 부인과 결혼해 다른 국가보다 특별히 한국에 더 관심이 많다는 에르완 프라즐 대표는 한국 와인시장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내비쳤다.

에르완 프라즐 대표는 “아시아 시장이 전체 수출 비중에서 15%가량 차지하는데 이중 한국은 7%를 점유할 정도로 중요한 시장”이라면서 “특히 한국은 고급 와인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와인 지식도 상당히 높다”고 치켜세웠다.

‘샤토 브리에’는 프랑스 물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크뤼 브루주아급 와인으로 ‘밝게 빛나다’ 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총 40헥타르의 포도밭에서 ‘메를로’ ‘카베르네’ ‘카베르네 프랑’ ‘프티 베르도’ 등 네 가지 포도 품종이 재배된다.

대표 와인은 ‘샤토 브리에’로 ‘메를로’를 주 품종으로 재배하는 네 가지 포도품종을 모두 블렌딩해 만들었다. 짙은 체리 컬러에 과일향과 함께 ‘프티 베르도’ 품종에서 나오는 스파이시한 향신료 맛이 특징이다. 2003년 빈티지의 경우 와인평가 전문지 ‘와인스펙테이터’에서 90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영국 ‘디켄터’에서는 최고의 크뤼 브루주아 와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에는 지난 2006년부터 ‘샤토 브리에’와 세컨드 와인인 ‘레오 드 브리에’ 두 가지 와인이 금양인터내셔날을 통해 수입되고 있다. 


에르완 프라즐 대표는 “프랑스 메독 지방 와인은 블렌딩에 의한 복합적인 향이 살아있는 가장 프랑스적인 와인”이라면서 “메독 와인은 테루아의 우수성을 바탕으로 블렌딩 와인의 복합미묘한 맛을 가장 잘 나타내준다”고 말했다.

‘얼마나 파느냐’보다 ‘얼마나 좋은 와인을 만드느냐’에 초점을 맞춰 ‘샤토 브리에’ 와이너리는 프랑스 전통 와인 생산 방식과 유기농, 소량 생산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에르완 프라즐 대표는 “샤토 브리에는 프랑스의 전통적인 와인 생산 방식만을 고수한다”면서 “일절 농약 등 화학 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 방식을 활용해 와인을 생산한다”고 전했다.

와인 생산은 전통 방식을 고수하지만 완벽한 와인 맛을 지키기 위해 1997년부터는 3300헥토리터 용량의 스테인리스 통을 가진 와인 저장고도 새로 지었다. 에르완 프라즐 대표는 ‘샤토 브리에’는 가장 프랑스적인 와인이지만 한국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고 했다. 그는 “아내가 한국 요리를 자주 해줘 샤토 브리에 와인과 한식을 함께 즐길 기회가 많았다”면서 “특히 삼계탕이나 만두와의 궁합은 기가 막히다”고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렸다.

그는 한국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와이너리로는 드물게 자체 한국어 사이트도 운영하고 있다. 또 한국 소비자를 겨냥해 둘째 아들의 이름을 딴 와인 ‘오스카’도 곧 한국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황혜진 기자/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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