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법정관리 졸업한 회사 또다시 부실 키운 책임져라” VS “그동안 해줄 만큼 해줬다. 자금 대여는 없다”
지난 21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LIG건설과 모기업인 LIG그룹간에 자금 지원 중단과 전문 경인 실패를 두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앞서 그룹에서 ‘퇴출’ 조치를 받았던 중견건설사들의 전철을 밟는 모습으로, 극심한 건설경기 침체 앞에 그룹 내 중견건설사들은 제2, 제3의 LIG건설사가 될 수 있다는 위기에 직면했다. 한 때 한 식구였던 대기업과 중견건설사가 이제는 어느덧 남보다 못한 원수 사이로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LIG건설 노동조합은 지난 24일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LIG그룹의 부실경영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 측은 ‘10년 동안 법정관리를 통해 2007년 부채를 청산한 건영을 인수해 놓고, 방만한 경영으로 또다시 법정관리까지 오게 만든 LIG그룹이 도덕적,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지난 2007~2008년 사업성이 담보되지 않는 PF사업을 공격적으로 일으켜 현재까지 첫삽조차 뜨지 못한 사업장을 만든 점이 한달에 이자만 수십억씩 내는 지금의 부실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정윤오 위원장은 “노조는 노사협의회에서 문제가 되는 사업장 철회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그 당시 전문경영인이 수긍하지 않았다, 이런 무능한 경영인을 영입한 그룹에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증권가에선 LIG건설이 이달초까지 600억원대 기업어음을 발행하고, 이를 통해 모집한 자금 일부를 LIG투자증권 발행분 만기상환에 썼다는 사실에 대해, LIG그룹이 자회사 살리기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따르고 있다.
반면 LIG그룹은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직전까지 건설 재무상황을 면밀히 파악한 결과, 추가 지원만으로는 더이상 회생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LIG건설의 PF대출잔액은 8900억여원이고, 공사 대여금 및 미수금도 2000억원대로 LIG건설은 자금난에 허덕이던 상황이었다. LIG그룹 관계자는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우리가 회생계획안에 참여할 이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LIG건설 살리려고 경영권까지 포기한 것만으로도 우리 도리는 다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워크아웃을 신청한 진흥기업도 이달 초 효성으로부터 가까스로 190억원을 대여받아 어음을 결제했지만 언제까지 지원이 유효할지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18일 열린 효성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효성의 진흥기업 지원을 거세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효성 또한 지난 4분기 113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고도 진흥기업 지분법 손실 반영으로 32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자회사 지원이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LIG건설 노동조합은 지난 24일 LIG그룹의 지원 중단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창립 60주년을 훌쩍 넘긴 장수건설사 남광토건도 2008년 1월 대한전선에 인수됐지만 그룹 계열사로 편입된지 3년도 안 되 지난해 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에서 C등급(워크아웃)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대한전선이 최대주주가 된 후에도 2대 주주측과 경영권 분쟁을 하면서 정체를 심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남광토건의 지난해 총매출은 전년도 대비 12% 급감하면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이 됐다.
이처럼 시너지효과가 기대됐던 대기업의 중견건설사 인수가 결과적으로 독이든 성배가 되면서 그룹내 중견건설사들의 운명 또한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가망 없는 주택 비중 줄이려고 해도 해외 판로 확대는 꿈도 못 꾸는 현실에 그룹 지원마저 끊긴다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가는 수순아니겠냐”고 말했다.
<김민현ㆍ정태일 기자@ndisbegin>killpa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