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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도? 종교단체 인수?...‘루머에 혼쭐난 기업들’
28일 오전 STX그룹 IR팀에는 비상이 걸렸다. 최근까지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던 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삽시간에 급락하기 시작한 것. 알고 보니 STX건설이 부도에 임박했다는 설이 확산되고 있었던 것. STX그룹 측은 부랴부랴 “전혀 근거없는 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근거없는 루머때문에 결국 피해를 입게 됐다.

기업들이 루머에 휘청거리고 있다. 대부분 근거가 없는 악성 루머이지만, 일단 한번 루머가 돌기 시작하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기때문. 대부분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지만 기업 이미지를 포함한 인적, 금전적 피해는 막대하다.

▶STX건설, 부도설?

STX그룹은 28일 불거진 STX건설 부도설에 대해 “전혀 근거없는 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그룹 측은 “LIG건설의 법정관리와 관련해 국내 건설사에 대한 근거없는 블랙리스트가 회자되면서 해당 기업의 이미지 추락과 함께 투자자들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며 “STX건설도 오늘 루머로 그룹 전체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루머와 관련 ‘전혀 근거없다’고 밝혔다.

STX그룹은 “근거없는 루머로 인한 투자자들 피해를 감안해 루머 진원지를 끝까지 추적해 강력한 대응 및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미 피해는 입을 대로 입었다.

STX그룹의 해명과 시장의 분석이 겹치며 STX그룹 주가는 소폭 회복됐지만, 결국 낙폭을 극복하지는 못했다.

STX팬오션이 3.96% 빠진 9700원, STX조선해양이 8.56% 빠진 2만3500원, STX엔진이 7.82% 빠진 2만5950원에 장 마감했다. STX메탈과 STX도 전일 대비 크게 떨어진 주가로 장을 마쳤다.

STX건설 루머 여파로 기타 건설주까지 약세로 돌아섰다. 대우건설이 전일 대비 2.59% 빠졌으며 현대건설이 4.68%, 대림산업이 6.82%, 현대산업개발이 2.10% 낮은 가격에 장 마감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하필이면 이날 STX그룹은 계열사 STX팬오션을 통해 STX건설이 보유하고 있던 흥국상호저축은행 지분 236만여주(65.6%)를 265억원에 취득하며 국내 해운사 중 최초로 선박금융사업에 나섰다.

국내에서 시중은행이 선박금융을 운영한 적은 있으나 해운사가 선박금융을 직접 운영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이 같은 호재가 근거없는 루머에 휘둘려 빛을 발하지 못한 것이다.

▶파리바게뜨, 종교단체 인수설?

지난해 10월 인기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주인공과 비슷한 성공 스토리로 주목받는 허영인 회장이 이끄는 SPC그룹은 기독교계에서 이단으로 취급하는 특정 종교단체에 인수됐다는 소문으로 곤욕을 치렀다. 이런 소문으로 기독교인 고객들은 파리바게뜨 빵을 사먹지 않고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단 기업에서 만드는 빵이니 사먹지 말라’고 얘기하고 심지어 위에 언급된 사례처럼 선물로 들어온 것도 받지 않는다.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고, 일부 가맹점에선 교회와 연관 있는 학교 등에 납품을 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취소됐다며 본사에 문의를 해오기도 했다.

이 루머는 2000년 무렵 시작됐다. 누가 유포하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회사 측은 처음에는 소문이 좀 있다 잦아들 거라고 판단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은 예측불가 상태로 진행됐다. 잊혀질 만하면 다시 사람들 입을 타고 퍼졌다.

급기야 SPC그룹은 지난해 8월 이런 허위사실을 인터넷에 올린 누리꾼 9명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회사 측은 이런 루머는 입에서 입으로 전파돼 바로잡기도 힘들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SPC그룹에 따르면 SPC 계열사의 주요 주주들은 이 종교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진로, 일본 연루설?

진로는 ‘일본 연루설’로 고생을 했다.

하이트에 인수되던 2005년 무렵 ‘진로가 일본 자본으로 넘어간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진로 관계자는 “당시 경쟁사가 외주 프로모션 업체에 홍보를 대행시켰는데 이 업체가 고용한 아르바이트생들이 이런 루머를 퍼뜨리는 걸 현장에서 적발해 고소를 했고 벌금형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2008년 새 브랜드 소주 ‘J’를 출시하자 “일본 제품을 모방한 술”이라거나 “J는 Japan(일본)을 뜻한다”는 루머가 뒤따랐다.

지난해에는 참이슬 라벨에 넣은 붉은 원이 ‘일장기’를 상징한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결국 진로는 지난해 3~4월 ‘진로에 대한 악성 루머는 사실이 아니다’란 내용의 광고를 대대적으로 냈고, 병 라벨엔 ‘진로 일본 자본설은 근거 없는 악성 루머’라며 구체적인 지분 소유 현황까지 인쇄해 제품을 출시했다.

진로에 따르면, 진로의 지분은 하이트홀딩스㈜가 53.46%, 리얼디더블유가 10.27%, 우리사주조합이 5.79%를 갖고 있다. 일본 자본과는 아무 연관이 없다.

회사 관계자는 “이런 루머가 돌면 회사로선 가슴앓이를 엄청 합니다. 물증을 잡기가 쉽지 않죠. 인터넷에 누가 그런 댓글을 달았다고 해도 기업체 입장에선 누군지 확인할 수도 없잖아요. 결국 그런 게 아니란 댓글을 다는 방법뿐이죠. 기업 입장에선 비용이 여러모로 많이 들어갑니다.”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악성 루모때문에 입는 피해는 금전적으로 집계하기 어렵다. 하지만 악성 루머로 인한 매출 타격이나 악성 루머를 잠재우기 위한 각종 노력 등은 적잖은 비용이 된다.

SPC의 홍보 관계자는 “이런 소문을 듣고 제품을 사지 않기로 하거나 주문을 취소하면 발생할 수 있었던 매출이 발생하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기업의 이미지 훼손, 악성 루머에 대응하기 위한 인적.금전적 자원의 투입 등을 고려하면 기업에 악성 루머는 큰 골칫거리”라고 덧붙였다.

헤럴드 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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