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로 부터 국내 석유제품 가격을 인하하라는 고강도 압박을 받고 있는 정유업계가 1분기에 기록적인 호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계절적 성수기인데다 일본 대지진이란 예상치 못한 호재까지 겹쳐 정제 마진과 석유 제품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겹경사가 터졌다.
2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석유사업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정제마진이 지난해 9월 바닥을 친 후 석유 수요 증가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해 상반기만해도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10월 0.66달러를 기록, 플러스로 전환했고 올 1월 1.69달러까지 회복했다. 마진이 마이너스면 벙커C유를 수입해 정제한 뒤 석유제품으로 만들어 되팔아도 손해라는 소리다.
더구나 지진으로 일본 정제시설 가동이 중단되자 역내 수급이 타이트해지면서 최근 정제마진은 더욱 오름새를 보이고 있다. 이달 원유 대비 각 제품의 마진은 지난달보다 휘발유는 5.2%, 등유 17.4%, 경유 26.7%씩 올랐다.
석유화학 사업도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가운데 일본 지진의 타격을 크게 받은 파라자일렌(PX)의 가격이 급등했다. PX 가격은 지난 10일 t당 1600달러에서 17일 1787.5달러까지 뛰었다가 일본의 조기 정상화 소식에 지난 25일 1706.5달러를 기록,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업황 호전에 따라 SK에너지의 울산공장과 인천공장 가동율은 지난해 4분기 각각 96%, 44%였지만 최근에는 울산은 풀가동되고 있으며 인천도 50%가까이 높였다. PX 단일 생산규모로 세계 최대인 GS칼텍스도 연산 120만t의 생산설비를 풀가동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고유가 사태가 지속되면서 투자를 강화한 자원개발 사업에서도 큰 폭의 이익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1분기 정유업계가 사상 최대 실적을 실현할 것이란 전망치를 속속 내놓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은 7677억원~7966억원까지 제시되고 있다. 이 전망치는 분기 사상 최대 기록인 2008년 3분기(7330억원)을 훌쩍 넘는다.
정유사들은 이런 호실적 전망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실적이 발표되면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과 비난 여론이 더욱 거세질 것을 우려해 오히려 1분기 호실적의 원인에 대해 어떻게 포장할 지 안절부절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연 중 1분기가 실적이 좋은 시기인데, 정제 마진 강세 등 이런 좋은 여건이 계속될지는 두고봐야한다”며 “2008년에도 유가가 오르다 급락해 그 해 4분기에는 사상 최악의 실적을 냈다”고 말했다.
<한지숙 기자 @hemhaw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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