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여름철 전력대란을 우려해 백화점까지 윤번제 휴업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에 이어 자동차, 전기, 부품소재 업체까지 나서 공장조업 중단을 추진하는 등 대지진에 따른 전력난으로 여름철 일시적인 휴업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또 6~8월 전력관련 긴급사태에 대비해 일기예보 방식의 ‘전기예보’도 도입될 예정이다.
6~8월 여름 전력대란 우려…은행 이어 백화점·車업체 등 동참
37년만에‘ 전력사용 제한령’ 발동…일기예보 아닌 전기예보 도입도
▶백화점 정기휴일 10년 만에 부활=일본 백화점 업계가 여름철 도쿄전력 관내에 위치한 각 지점을 윤번으로 휴업시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7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백화점협회는 이날 냉방 등으로 인한 전력 수요를 줄이기 위해 “기업마다 평일 중 특정 요일을 정해 휴업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협회 측은 벌써 수도권 내 백화점은 검토에 들어갔고 이달 하순까지 세부 계획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계획이 현실화되면, 일본 백화점 업계는 10년 만에 ‘정기휴일’을 맞게 된다. 일본 백화점은 지난 2000년 연간 휴업 날짜를 정한 대규모 소매점포법이 폐지된 이후 정기휴일 없이 영업을 해왔다.
협회 측은 “당초 영업시간 단축을 고려했지만 이를 통해서는 정부가 상정한 ‘여름철 25% 전력수요 삭감’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는 힘들다고 판단해 윤번 휴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여름 전력난을 피하기 위해 도쿄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37년 만에 처음으로 ‘전력사용 제한령’을 발동하기로 했다. 내각부는 여름철 전력부족분이 수도권 내 1500만kW에 달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오는 7월부터 전력사용량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최대 25~30% 제한할 방침이다.
▶차ㆍ전기ㆍ부품도 가세=일본 자동차공업회도 윤번제 휴업에 가담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자동차공업회는 이날 자동차, 전기, 부품소재 등 주요 업종의 ‘업종별 윤번업’을 제안했다. 도요타, 닛산 등 대기업 14개사가 회원사인 자동차공업협회는 우선 기업에 자가발전 설비를 활용한 전력 억제를 당부했다. 아울러 각 사가 2~3일에 걸쳐 교대로 공장을 가동하는 윤번 조업과 하계 휴업일을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자동차공업회는 “일본에 7000개가 넘는자동차 부품회사가 있는 점을 감안해 효과적인 절전을 위해서는 완성차 업체와 부품회사가 한꺼번에 휴업할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면 월ㆍ화는 자동차, 수ㆍ목은 철강, 금ㆍ토는 전기와 같은 형태”의 업종별 윤번 조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자동차공업협회는 이 같은 내용을 경제산업성과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에 제안해 다른업계와 협조해 나갈 방침이다. 하지만 신문은 “업계에 따라 2~3일마다 공장 가동을 멈추면 품질저하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조정에 난항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여름철 ‘전기예보’도 실시=한여름 전력 수급 차질로 인한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일기예보가 아닌 ‘전기예보’ 방송도 나올 전망이다. 7일 마이니치신문은 경제산업성이 6~8월 ‘전기예보’ 도입을 위해 방송국과 논의에들어갔다고 밝혔다.
전기예보는 뉴스 프로그램에서 방송되는 날씨예보처럼 당일 또는 다음날의 전력수요와 공급 예측을 시간대별로 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수요 급증 등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하면 ‘뉴스속보’를 띄워 전력 사용을 즉시 자제하라는 자막을 내보낼 방침이다. 또 TV나 라디오뿐만 아니라 인터넷 신문을 통한 전기예보도 검토하고 있다.
한편, 가이에다 반리 경제산업상은 지난달 14일부터 실시해 왔던 계획정전(지역별 윤번 정전)을 4월 중 중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는 봄철 기온이 상승해 난방 수요가 줄었고 화력발전소의 재가동과 자발적 절전 등으로 전력 부족이 어느 정도 해소된 데 따른 것이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