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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개숙인 ’MK’의 사위 정태영
“죄송스럽고 수치스럽습니다.”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이 고개를 숙였다. 현대캐피탈의 대규모 해킹사건에 대해 사과하는 정 사장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노르웨이 출장 중에 해킹 소식을 듣고 급거 귀국한 그는 짤막한 사과의 말을 전했지만 침통한 기운을 숨길 수 없었다.

금융권의 주목받는 젊은 CEO로 명성이 높은 정 사장이었기 때문에 이번 해킹 사건의 파장은 더욱 크다. 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에서 이런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도 충격이지만, 혁신적이면서도 철두철미한 이미지를 가진 정 사장 아래 이런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정 사장은 10일 마련된 긴급 기자회견에서 “평소에 보안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고객 정보에 최선을 다하는 회사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없었어야 했다”고 거듭 사과했다. 그러나 이번 해킹 사건은 혁신의 선두주자로 경쟁사로부터도 찬사를 듣던 현대캐피탈ㆍ현대카드의 이미지를 순식간에 추락시키고 말았다.

서울 여의도 현대캐피탈ㆍ현대카드 사옥은 내로라하는 금융권의 수장들도 견학을 한 곳이다. 건물 곳곳에 현대캐피탈ㆍ현대카드만의 정체성을 심어놓았던 혁신의 공간은 경탄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번 해킹사건으로 인해 그간 현대캐피탈이 쌓아올린 이미지는 겉으로 보여지는 빈 껍데기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정 사장은 임기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은 셈이다.

정 사장은 실추된 이미지 회복을 위해 현재 정공법을 택한 모양새다. 10일 기자회견에 직접 나온 그는 이번 해킹사건에 대해 사과의 말을 전하며 책임을 다할 것임을 분명히했다. CEO가 신속하게 나서서 머리를 조아리는 풍경은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특히 정 사장이 공식석상에 나서는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날 그의 등장은 의미심장하다. 정 사장이 지난해 10월 현대카드 ‘플래티넘3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가진 기자간담회도 5년 만이었다.

해킹을 당한 것은 이미 벌어진 일이지만 이후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따라 회사가 입는 타격은 달라진다.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해온 현대캐피탈과 정 사장이기에 이번 사태 해결방법에 쏠린 눈도 많다. “책임질 것은 책임지겠다”는 정 사장이 이번 해킹사건의 불명예를 어떻게 타개하고 어떤 본보기를 남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연주 기자/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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