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권한 놓고 갑론을박

쇄신 주도권 잡기 격론 예고


11일 한나라당 사무처가 당 대표직은 원내대표가 대행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당 대표 권한대행직을 놓고 친이계와 소장파 간 대립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소장파가 사무처 유권해석을 바탕으로 친이계를 향한 총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친이계의 반격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친이계와 소장파는 11일 오후 열릴 의원총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놓고 격돌한다.

1라운드였던 원내대표 경선에서 완승을 거둔 소장파는 여세를 몰아 안상수 전 대표 체제가 구성한 비대위에 제동을 걸었다. 자칫 당권경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수위 조절을 고민했지만, 사무처의 유권해석은 소장파에 날개를 달아줬다.

친이계 의원들은 이날 공식적인 자리에서 반격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친이계 장제원 의원은 통화에서 “소장파들이 비대위를 장악해서 본인들 뜻대로 당권을 노리려는 오만과 독선 때문에 역풍이 불고 있다”며 “마녀사냥식으로 친이세력을 희생양 삼아 군림하려는 태도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가장 쟁점이 되는 당 대표 권한대행 문제가 이날 의총의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친이 측은 당초 최고위 결정대로 비대위원장이 대표 권한대행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나, 소장파는 현재 당내에서 유일한 권한ㆍ권위를 갖는 원내대표가 ‘당의 간판’이 돼야 한다고 거듭 주장할 예정이다.

원내대표를 소장파에 내준 친이계는 지도부를 ‘투톱’으로 해 힘의 균형을 이루려 하고, 소장파는 원내대표와 대표 권한대행을 일원화함으로써 쇄신 주도권을 이어가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친이계는 소장파가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비주류 원내대표가 탄생하자 말을 바꾸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장 의원은 “소장파가 원내대표 경선 전에는 투톱으로 가자고 하다가 원내대표 선거에서 황우여 의원이 되니까 원톱으로 가야 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이라며 “그러려면 전준위(전당대회준비위)를 만들면 되지 굳이 비대위를 만들 필요가 있느냐”고 주장했다.

친이계 신지호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원내대표 경선 결과를 가지고 (소장파가) 원내대표 원톱체제로 가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전인수격 해석”이라며 “소장파가 오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비대위에 속한 소장파 김성식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원내대표 경선 전 비대위 구성에 관해 합의한 바가 없다”고 반박하고 “비대위는 전당대회 준비를 하고, 일정한 당무에 준(準)최고위원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친박(친박근혜) 성향의 이한구 의원도 이날 당대표 권한대행 문제와 관련해 “당을 대표한다는 대표성 측면에서 (비대위원장보다는) 원내대표가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라며 “대외적으로 당이 쇄신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한편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의총에 앞서 이날 황우여 원내대표와 정의화 비대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별도의 회의를 열어 쇄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양측 간 의견이 절충되는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