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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중고’ 정치풍랑 만난 MB…국정은 누수, 민심은 이반, 당은 핵분열
6박8일간의 유럽 3개국 순방을 마치고 15일 귀국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앞 길에 삼중고((三重苦)의 정치 풍랑이 일고 있다.

곳곳에서 터지고 있는 국정 누수와 민심 이반(지지율 하락), MB노믹스를 부정하는 여당의 핵분열이 동시다발적으로 노정되고 있는 것.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권 단일대오로 힘을 모아야 하는 이 대통령으로서는 여간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국정 누수는 임기 후반 5년단임제 정권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의사결정 시스템이 안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 대통령 특유의 ‘만기친람(萬機親覽ㆍ모든 일을 친히 살펴봄)’ 업무스타일과 ‘햄릿형’ 인사스타일이 정부 관료들의 피로증 호소와 복지 부동으로 이어져 ‘대통령이 없으면 진도가 안나가는’ 국정 누수 현상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는 것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은 “이 대통령은 오랜 기간 CEO를 지내 권한을 나누기보다는 다수 참모를 직접 관리하는 쪽을 더 선호해 일이 대통령에게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유럽 순방 중에 열린 지난 11일 김황식 총리주재 국무회의는 이같은 우려를 현실로 만든 단적인 사례다. 국무위원 의사정족수(10명)를 채우지 못해 회의가 10분가량 늦어지는 해프닝이 벌어져 ’나사풀린 국정’이란 비판에 직면했다.

앞서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과정에서도 주무부처들은 청와대의 입만 바라보다가 지역 갈등을 필요이상으로 분출시켰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3조원 가량의 가축을 땅에 묻은 구제역 파동도 같은 사례다.

이처럼 국정 누수가 잦아진 데다 최근에는 부산 저축은행사태까지 터지면서 민심은 등을 돌렸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수직낙하하고 있다. 임기 22개월을 앞두고 국정추진력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지난 2009년 친서민ㆍ중도실용 노선을 표방한 이후 이 대통령은 줄 곧 40%대의 탄탄한 국정 지지도를 이어왔으나 5월 첫째 주 국정수행 지지율은 2년 전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처음으로 20%대로 곤두박질쳤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 27.3%) 정당지지율에서도 한나라당(31.2%)은 민주당(34.5%)에 추월당했다. 여권 관계자는 ‘미워도 한나라당’이라는 보수 민심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여기에 이르면서 한나라당은 ‘소장파+비주류+친박’ 연대를 통해 ‘신주류’를 형성, 그간 친이계 중심의 여권 권력지형을 뒤엎었다. 황우여 원내대표를 얼굴로 하는 신주류는 MB노믹스의 근간을 흔드는 감세 철회를 주장하고 친이계 2진 후퇴를 요구하는 등 ‘청와대와 거리두기’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정두언 의원은 “정권 재창출이 안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지 않는가. 전임 대통령은 자살까지 했다. 지금 정부를 희생해서라도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한다”며 이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삼중고의 정치 격랑을 헤쳐가야 하는 이 대통령의 귀국 이후 행보가 주목된다.

<양춘병기자@madamr123>

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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