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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희 젊은날은 좀 덜한 맑스주의자”
박정희 전 대통령은 “우익의 그늘에 가려진 사회주의적 사고의 인물”이라는 새로운 평가가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정치외교사학회가 5ㆍ16 쿠데타 50년을 맞아 13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5ㆍ16과 박정희 근대화 노선의 비교사적 조명’ 학술대회에서 신복룡 건국대 명예교수는 “새마을 운동과 부의 재분배를 위한 농어촌 고리채 정리와 같은 집산주의적 사회운동은 그가 사회주의적 사고의 인물이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이같이 평가했다.

신 교수는 “박정희의 경제적 민족주의의 배후에는 사회주의적 사고가 깔려 있다. 그가 우익적 분위기의 무관 출신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의 좌파적 사고는 매우 역설적”이라며 “이러한 점은 등소평 등 1970, 80년대 동아시아를 지배한 권위주의형 지배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빈곤을 중요한 개인적 유산으로 공유하고 있는 이들에게 염직(廉直)과 근검은 미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이러한 특징이 가족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레닌처럼 한 인간에게 사상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가족은 부모가 아니라 형이다. 해방 정국에서 남로당 선산 책임자였던 형 박상희는 박 전 대통령에게 그런 존재였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은 형에 대한 외경(畏敬), 당시 식민지 지식인들이 보편적으로 공유했던 좌파적 사고, 대안 없는 상황에서 해방 투쟁의 한 방편으로서의 공산주의에 대한 선호 등이 혼재돼 ‘좀 덜한 맑스주의자(lesser Marxist)’로서 젊은 날을 보냈다”라며 “훗날 그는 극우적 반공주의자가 되었지만 반공은 정책이었을 뿐 이념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선 “박정희가 이룬 ‘한강의 기적’은 한국사회에 내재된 성장의 잠재력이 컸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 됐다.

이영훈 서울대 교수는 “5ㆍ16 쿠데타로 집권한 군인 출신의 정치가들이 이후 한 세대에 걸쳐 ‘한강의 기적’ 또는 ‘근대화혁명’의 큰 성취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당시 한국의 사회와 경제에 내재해있던, 역사적으로 축적되어 온 ‘성장의 잠재력’이 컸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성장의 잠재력’으로 ▷우수한 기업가 집단 ▷이승만 정권의 공업 육성을 통한 수출 성과 ▷ 제2 공업국 일본에 인접한 지정학적 이점 등을 꼽았다. 

이 교수는 “이러한 잠재력의 밑바닥에는 동시대 다른 후진국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쉽게 찾을 수 없는 군인 출신 정치가들의 강력한 개발의지(will-to develop)의 작용이 있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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