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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기 대권 출마요?…새가 울때까지 기다리죠”
“나는 새가 울 때까지 기다리지.”

지난 13일 오후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남산 산행길에서였다.

오 시장은 평소 즉흥적인 응답보다는 계산된 발언을 한다. 그러나 이날은 화창한 날씨에 남산의 풍경이 절정에 달해 약간 들뜬 모습이었다. 그의 발언도 거침없었다. 2009년 봄 남산을 시민에게 돌려준다며 자신이 직접 발표한 남산르네상스 프로젝트가 일부 현실화한 데 대해 뿌듯해하는 기색도 엿보였다.

약 두 시간여 이뤄진 남산 산행길의 막바지에 다다른 때였다. 서울시장 이하 간부 50여명과 서울시 출입기자단 50여명이 참가한 이 산행길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 보니 오 시장 바로 옆에서 동행하게 됐다.

오다 노부나가는 새가 울지 않으면 베어버린다고 하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새를 울게 만들고,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새가 울 때까지 기다린다. 오 시장은 이 중 어느 쪽이냐고 물었다. 그는 잠시의 지체도 없이 “새가 울 때까지 기다린다”고 했다.

돌이켜보면 서울시장 출마도 새가 울 때까지 기다린 결과였다. 당시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의 유력한 대항마로 거론되면서 한나라당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추대된 것이다. 지금 오 시장이 처한 현실도 그렇다. “재선에 성공하면 임기 끝까지 자리를 지키겠다”고 공약한 그이기에 ‘새가 울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권 꿈을 삭이고 있는 것이다.

새가 울도록 주변의 상황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 이날 산행길에 우연히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과 마주쳤다. 어 회장은 기자 수십여명에 둘러싸여 걷는 오 시장을 보고 “역시 다음 대통령 할 사람은 다르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덕담 수준이니 확대 해석하지 말아달라”고 극구 당부했지만, 얼굴에는 미소를 머금었다.

산행 후 저녁 자리에서 기자들과 오간 문답에서도 오묘한 느낌이 감지됐다. 먼저 ‘현재 위기를 맞은 한나라당을 살릴 해법이 없겠느냐’는 질문에 오 시장은 “조기 총선을 실시하면 어떨까 한다”고 했다.

기자들이 술렁이자 대변인은 또 한 번 의미 부여 자제를 당부했다. 기자들이 “시장이 방금 한 말을 대변인이 뒤집느냐”고 따지자 시장이 오히려 “대변인은 자기 본분을 충실히 다하고 있다”며 눙쳤다. 그러자 ‘정치적 라이벌이 누구냐’는 다음 질문이 나왔다.
‘운동마니아’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산행 직전 몸풀기 체조를 지도하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처음으로 머뭇거렸다. 그러나 다시 재치있게 맞받아쳤다. 그는 “나는 말해도 괜찮은데, 내가 입을 열자마자 이 자리를 튀어나가는 기자들이 있을텐데 괜찮겠느냐”고 했다. 기자들이 재촉하자 그는 “제 정치적 라이벌은…”하며 뜸을 들였고, 누군가 “오바마”라고 외치자 “내가 그거 하려고 그랬는데…. 오바마”라고 했다.

한편, 오 시장은 지난달 미국 방문 중 평소와 달리 국내외 정치상황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평소 하던 말을 했을 뿐”이라고 짧게 답했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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