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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칙·신뢰·설득 ‘3無’…결국 禍 자초
MB정부 과학벨트 선정 ‘정책 아마추어리즘’ 도마에
국책사업 갈등 여권 자승자박

권위 추락 급속한 레임덕 우려


갈등과 상처만 남긴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 아마추어리즘’이 낳은 예견된 재앙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공약에서 입지선정까지 대통령의 ‘말바꾸기’가 갈등 증폭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됨에 따라 향후 권위 추락에 따른 급속한 레임덕이 우려된다.

이번 과학벨트 추진과정에서 정부는 반드시 뒤따라야 할 원칙과 신뢰, 설득의 3가지 툴을 모두 무시한 채 일방적인 명분과 진정성 쌓기에만 몰두해 화를 자초했다. 더군다나 이번 사안은 1년 전 세종시 수정안 부결 당시의 혼선과 갈등을 그대로 답습하며 정부 국정운영시스템의 근본적 기능 장애를 의심케 하고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심사과정에서 이해단체가 충분히 발언할 수 있게끔 공정하고 투명한 과정을 보장했어야 하는데 그런 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입지 선정에 대한 불신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29일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되자, 당시 파나마를 방문 중이던 이명박 대통령은 “국회의 뜻을 존중한다”면서도 수도분할의 낭비와 불합리를 막으려는 진정성이 현실 정치의 벽에 막혀 좌절된 데 대해 크게 낙담했다.


세종시 수정안은 그러나 대선 공약 뒤집기, 수정안의 핵심인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 개념에 대한 지역민 및 정치권 설득 실패로 인해 여권 내에서도 일찌감치 사망선고가 점쳐진 사안이었다.

똑같은 일이 1년 뒤 과학벨트 입지 선정 과정에서 반복되면서 지역갈등의 범위와 폭발력은 배가됐다. 이 대통령은 과학벨트 입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대선 공약을 뒤집었고, 불투명한 심사과정과 예산증액을 통한 나눠먹기식 입지 배분은 국민들을 설득시키지 못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애초부터 공약대로 했으면 대구ㆍ경북이 저렇게 반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신공항과 과학벨트에 이르기까지, 마치 줄 것처럼 기대심리만 높여놓고 원점으로 회귀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가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기보다는 갈등 양산의 정책 프로세스를 반복, 재현함으로써 한ㆍ미 FTA 비준과 국방ㆍ외교 개혁, 공정사회 정책 등 임기 후반 주요 국정현안 추진을 위한 동력도 크게 떨어질 것이란 우려섞인 관측이 나온다. 최 소장은 “이제 대통령을 누가 믿겠나. 이런 상황에서 레임덕이 심각하게 찾아올 것”이라며 “집권 초기면 모를까, 이제 백약이 무효”라고 말했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지도자는 원칙과 듬직한 면모를 보여야 하는데 한 번 원칙을 잃으면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책사업 갈등이 여권에 자승자박의 결과를 가져와 정치적으로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양춘병ㆍ김윤희 기자/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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