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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단 적립금을 반값 등록금 재원으로
서울 도심에서 연 8일째 대학생들의 이른바 반값 등록금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깊은 성찰 없이 불쑥 내던진 반값 등록금 소동은 집권 한나라당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대책 없는 집단인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반값 등록금은 젊은 표에 아부하는 묘수로 개발됐는지 모르나 되레 학생 반발의 촉매제가 되고 말았다. 운동권 학생단체나 야당들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호재를 던져준 셈이다.
3년 전 쇠고기 촛불시위를 연상케 하는 반값 등록금 시위 장소엔 어느덧 정당 깃발이 나부끼고 정권을 규탄하는 정치적 구호도 등장했다. 학생들의 등록금 인하 구호가 이상할 지경이다. 다른 여건들은 일단 제쳐두고 등록금만 논한다면 학생들의 호소에 설득력이 없지 않다. 그만큼 우리 대학의 등록금은 너무 비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거의 최고 수준인 것이다.
그런데도 외국 대학에 비해 장학금은 현저히 적고 교육의 질은 너무 떨어진다. 비싼 등록금, 부족한 장학금, 저질 교육이 우리 대학의 마의 삼각인 것이다. 이 삼각 부조리가 학력 인플레와 대학 거품, 고학력 실업 증가의 근본 요인이다. 이런 부조리에 대한 근원적 개선 노력 없이 반값 등록금으로 포퓰리즘에 편승하려는 얄팍한 꼼수는 정도도 아니고 책임 있는 정당의 자세도 아니다. 감당도 못할 인기주의는 거둬들이고 우선 구조적 장애들을 단계적으로 제거하는 중기 정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대학의 지나친 등록금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학교가 운영재원 조달을 다각화하도록 정부가 제도나 정책으로 도와줄 필요가 있다. 기부나 사업, 투자수익을 높이도록 도와주면 등록금에만 매달리는 구조를 조금씩 탈피할 수 있다. 학교마다 쌓아놓기만 하는 과도한 재단 적립금을 과감히 풀어 등록금 인하와 장학금 확충 재원으로 삼아야 한다. 작년 한 해 8100억원이나 등록금에서 빼내 적립금을 쌓은 것은 잘못이다. 원천적으로 등록금을 이용한 적립금 쌓기는 한계를 그어놓아야 한다. 적립금의 70%만 풀어도 반값 등록금 실현은 불가능하지 않다. 정부 지원은 직접적인 등록금 보조 대신 교육 기자재 투자로 하는 게 더 합리적이다. 물론 대학 자체의 엄정한 구조조정은 선결이다. 대학 교육의 질적 향상을 수반하지 않는 어떤 재정지원도 정당화할 수 없는 것이다. 인기 영합의 반값 등록금보다 등록금 안정과 다양한 장학금 제도 확대가 정공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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