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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써 개정한 노조법 다시 바꾸자니…
한나라당 초·재선 의원 50명이 복수노조 시행을 불과 며칠 앞두고 이를 백지화하겠다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조법)’을 발의했다. 이들이 다시 개정하겠다는 노조법은 국회가 13년 동안 처리를 미뤄오던 것을 한나라당이 2009년 12월에 가까스로 통과시켰다. 자신들이 처리한 법을, 그것도 핵심조항 시행이 임박한 시점에서 ‘다시 개정하자’고 나선 것은 도대체 몰상식한 처사다.

개정 노조법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제한과 타임오프제, 복수노조 허용 등을 근간으로 한다. 타임오프제는 지난해 7월 시행돼 적용대상 사업장의 87%에 달하는 등 연착륙 단계다. 또 복수노조 허용 조치는 오는 7월 시행된다. 타임오프제와 복수노조 도입은 개정 노조법의 핵심으로 13년 동안 대립과 조정, 타협을 거쳐 어렵게 도출한 국민적 합의다. 특히 복수노조 도입은 근로자들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맞는 노조를 선택할 수 있어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조항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이의 재개정안을 들고 나와 복수노조 설립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또 타임오프제와 관련해 상급단체에 파견된 노조전임자의 임금을 소속 기업이 주도록 하는 조항도 들어 있다. 노조법 개정 이전으로 시계바늘을 되돌리자는 것이다.

재개정안을 주도한 김성태 의원은 한국노총 출신으로 한나라당 소장파 모임 ‘민본21’ 간사다. 그를 비롯한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이해하기 힘든 모습을 보이는 것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국노총과의 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인 셈이다. 한국노총은 이용득 위원장 체제로 바뀐 뒤 한나라당과의 정책공조 파기를 선언하는 등 ‘투쟁 의지’를 보여 노동계의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의도다. 가령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조합원이 대거 탈퇴, 기반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한 회사에 근무하고 있더라도 직군별, 공장별로 이해관계가 다르면 각자 사정을 반영해주는 노조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 한나라당이 그 장단에 춤을 추는 것이다.

아무리 포장을 해도 노조법 ‘재개정안’ 발의는 노동운동 단체와 영합, 표를 모으겠다는 얄팍한 속셈일 뿐이다. 유권자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여당 의원이라면 책임 있고 신중하게 입법활동에 임해야 한다. ‘이익집단’의 요구에 휘둘려 표심에 따라 조변석개(朝變夕改)한다면 그게 되레 표를 까먹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의연한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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