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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객원칼럼>K팝 유럽 진출의 의미
유럽서 부는 한류 바람

작지만 소중한 시작

기획사 질서있는 진출로

단발성 우려 벗어나야



유럽 국가들에 비해 역사와 전통이 일천한 미국이 1950년대와 1960년대에 걸쳐 골몰한 것은 어떻게 미국의 문화상품으로 유럽을 공략하느냐는 것이었다. 한편으로 구소련 진영의 이데올로기 공세에 맞서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의 배타성을 허물어야 했다. 신생국 미국 입장에서는 콧대 높은 1세계 유럽을 관통해야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때 미국은 로큰롤이 막 떠오르던 시절이었고 엘비스 프레슬리라는 천운이 있었다.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가 유럽을 한 바퀴 돌자 게임은 끝났다. 로큰롤은 순풍에 돛 단 듯 영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을 휩쓸었다. ‘미국의 저질 대중음악에 의해 영국 젊은이들이 흔들리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한 영국은 이것이 미국정부 차원의 의도적인 공략이라며 애초에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미국의 음모’라는 책까지 나왔다.

하지만 영국은 1960년대에 엘비스 프레슬리에 영향받은 비틀스가 등장해 로큰롤 흐름에 고개 숙이며 합류했고 미국은 영국의 가세로 대중문화의 팍스아메리카나를 형성하게 된다. 전함과 달러 외에 미국은 마침내 로큰롤과 할리우드 영화로 대표되는 ‘소프트 파워’를 과시하게 된 것이다.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부상하게 된 것은 이처럼 대중음악과 영화 등 문화 콘텐츠의 힘이 결정적이었다.

우리 대중음악의 유럽 진출은 사실 요원했다. 비, 보아, 원더걸스가 미국의 문을 열었을 때도 음악 관계자들은 미국보다 유럽이 더 힘들고 까다롭다고 여겼다. 문화적 역사와 전통이 유구한 유럽 국가들은 콘텐츠의 질적 파괴력과 신선도가 결여될 경우 타국 대중문화에 대해 배타적인 면모를 보이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국악과 전통음악은 수용하되 대중음악에는 냉랭한 편이었다.

이런 선입관을 날려버리듯 우리 대중음악(K팝)이 프랑스에서 한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 아이돌 가수가 입국하자 드골 공항에서 소동이 일어나고 르제니트 공연장은 프랑스 관객들의 환호와 아우성으로 뒤덮였다는 소식은 솔직히 놀랍고 충격적이다. 혹시 기획된 게 아니냐는 일부의 의심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과장된 게 없는 엄연한 사실이다.

프랑스에서 바람이 일어나고 영국에서도 K팝 모임과 팬 사이트가 개설됐다는 것은 우리 대중음악이 과거 미국의 로큰롤이 그랬듯 마침내 유럽 진출을 통해 세계적 확산의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물론 아직은 소규모다. 프랑스와 영국 전역의 현상도 아니고 엘비스 프레슬리와 같은 대대적 열풍도 아니다. 하지만 작지만 소중한 성공적 시작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 아이돌 가수들의 춤과 노래 그리고 비주얼은 어디 내놔도 뒤짐이 없다. 그들 눈에 저 극동 한국의 문화상품이 놀랍도록 빼어나다는 점도 열풍의 원인일 것이다. 바로 이런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기획사들은 질서 있는 해외진출에 임해야 하며 또한 면밀한 홍보와 마케팅을 통한 현지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래야 일부에서 제기하는 단발성에 대한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갈 길은 멀지만 여기까지 해낸 것도 기특하다. 우선은 칭찬해야 할 순간이다. 우리 국민들의 지지는 한류 바람을 신바람으로 상승시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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