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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로는 365일 축제중
대학로가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상업극의 범람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던 그곳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젊은이의 거리, 공연의 메카, 잃어버린 대학로의 초심을 찾기 위한 노력이 거리의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1년 내내 각종 축제가 대학로를 장식하며, 각종 연극제와 기획 공연들이 관객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다시찾은 낭만의 거리. 대학로에서 볼 만한 축제와 알아두면 좋을 유용한 팁을 제시한다.

▶대학로에 들르면 이곳부터=대학로의 모든 공연 정보가 모이는 곳. 140여개 극장에서 공연 중인 100여개의 작품을 한눈에 쫙 훑어볼 수 있는 곳. 지하철 4호선 혜화역 4번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한 서울연극센터다.

센터 1층에 들어서면, 정보 검색을 위한 PC와 각종 브로셔가 집결돼있다. 2층 자료실에서는 각종 공연예술 도서와 영상물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원한다면 도서 대출도 가능하고, 공연 관람 전 시간 떼우기용으로도 요긴한 공간이다.

연극센터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인기다. 매월 넷째주 금요일 오후 5시, 로비의 작은 무대에서는 ‘공연 사랑한 데이’라는 맛보기 공연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일종의 공연 쇼케이스인 셈. 돈 한푼 안들이고 공연도 보고, 가까운 곳에서 배우도 만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쇼케이스를 보고 재밌겠다 싶으면 바로 티켓을 사서 공연장으로 향하면 된다. 8월 무대(26일)는 연극 ‘햄릿 업데이트’가 맛보기 공연을 선보인다.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에는 단돈 1만원에, 공연도 보고 배우와 대화할 수 있는 ‘대학로 연극투어’가 있다. 8월 연극투어의 연극은 ‘임대아파트’, 배우와의 대화는 윤소정 배우가 관객들과 만난다. 연극 무대의 생생한 뒷모습을 보고 싶다면, 백스테이지투어도 체험해볼 만하다.

스마트폰이 있다면 ‘대학로 공연정보’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로드하는 것도 발품을 팔지 않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미 10만여명이 다운받은 이 앱은 대학로 곳곳에서 어떤 공연이 상연 중인지, 극장 위치는 어디쯤인지 상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365일 축제 중인 대학로, 2011 한팩 새개념 공연축제(8.19~10.2)=꼼꼼한 정보 수집이 끝났다면 즐기는 일만 남았다. 찾아보면 대학로에도 굵직한 축제가 연일 계속된다. 얼마 전 대학로의 활성화를 모토로 내세운 ‘제1회 마로니에 축제’가 성황리에 막을 내린 데 이어, 오는 19일부터 10월 2일까지 ‘2011 한팩(HanPAC) 새개념 공연축제’가 대학로 일대에서 열린다. 이번 축제는 장르 간 경계를 뛰어넘는 12개 작품을 선보인다. 무용 5개, 다장르 7개 작품으로 구성됐다. 개막작인 이경옥 무용단의 ‘헨젤과 그레텔-비밀의 숲’은 어른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동화를 무용으로 만든 작품. 똥자루무용단은 ‘움직이는 프리젠테이션’, 아지드 현대무용단은 윤이상 대표곡과 춤이 어우러진 ‘윤이상을 만나다’를 무대에 올린다. 클래식 음악과 디제잉, 팝핀과 현대무용이 한 데 뒤섞인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 식초’도 색다른 공연. 미디어와 무용의 협업이 돋보이는 넌버벌 공연 ‘미디어 퍼포먼스-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주목할 만하다.


▶가을의 대표 축제, 서울국제공연예술제(9.28~10.31)=9월 28일 개막하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이하 SPAF)의 티켓 예매도 시작됐다. 미리 찜한 공연이 있다면, 지금 구입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다. 오는 24일까지 국내 초청작 중 5편 이상 구입하면, 총 가격의 4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올해 11회를 맞는 SPAF는 연극, 무용 복합장르 등 모든 공연예술 장르를 아우르는 가을의 대표 축제다. 국내외 우수한 작품을 엄선해 매해 가을 아르코예술극장, 대학로예술극장 등 대학로 무대에 올린다. 세계 무대에서 호평받은 해외 작품들이 초청되며 한국 공연의 저력을 상징하는 국내 작품들도 선보인다.

독일, 프랑스, 일본 등 8개국 36개의 해외 초청작이 무대에 오른다. 장르별로 무용 13편, 연극 12편, 복합장르 11편이 초청됐다. 독일의 무용극 ‘메갈로 폴리스’는 기술 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도시에서, 이름을 잃어버린 인간 군상들을 몸짓으로 형상화한다. 아르메니아에서 건너온 연극 ‘갈매기’는 안톤체홉표 ‘갈매기’를 여주인공의 광기 어린 모노드라마로 재해석했다. 프랑스 작품인 ‘프레스’는 가로 3m 세로 2.5m 작은 방에 갇힌 한 남자의 숨 막히는 긴장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무용극이다. 모든 외국어 공연은 한국어 자막을 넣어, 한국 관객들도 수월하게 즐길 수 있다. 


국내 작품도 다양한 형태의 극이 올라간다. 군부독재체제 아래에서 삼각관계에 처한 남녀의 러브스토리를 오페라와 연극을 접목한 형식에 담은 연극 ‘토스카 인 서울(극단 춘추)’, 여행의 낭만과 긴장을 무대 위에서 느낄 수 있는 연극 ‘예기치 않은(극단 놀땅)’, 21세기형 처용을 놀이와 유머로 그린 컨템퍼러리 댄스드라마 ‘신(新)처용(홍댄스 컴퍼니)’, 연극 ‘리어왕(극단 숲)’ 등이 축제를 장식한다.

▶서울변방연극제(9.21~10.2), 다양한 기획공연=보다 실험적이며 파격적인 연극제도 열린다. 서울변방연극제는 주류의 논리를 반성하면서, 주변부로 밀려난 예술을 재해석해 올리는 축제. 다양한 이종교배를 시도하며 장르 간 문턱을 낮춘 파격적인 예술이 한데 모인다. 올해는 안무가 조희경의 무용 ‘흐름, 너머’, 연출 강수현의 설치 공연 ‘모호의 변주’, 극단 샐러드의 ‘란의 일기’, 이현정 감독의 영상 설치 작품 ‘인터뷰 프로젝트-우리에게 두려운 1분’ 등이 공연된다. 대학로 ‘혜화동 1번지’와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공연된다.

대학로 연극 집단의 기획공연도 축제 분위기를 이어간다. 오는 20일부터 9월 25일까지 대학로 정보소극장에서는 연극계를 대표하는 연출가 6인방이 뭉쳐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각자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햄릿 업데이트’가 공연된다. 박정희(극단 풍경), 이성열(극단 백수광부), 박근형(극단 골목길), 최용훈(극단 작은신화), 김광보(극단 청우), 양정웅(극단 여행자) 등 6명의 연출가가 참여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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