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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알고 보니…
“냉장고가 있어서 좋다. 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 강아지가 있어서 좋다. 나랑 놀아주어서. 그런데 엄마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한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쓴 글의 한 토막이다. 엄마들이 보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정성스럽게 해먹이고, 부족한 거 없이 키우려고 얼마나 많이 희생했는데. 배신감 마저 느껴진다. 하지만 이런 엄마들에게 한국 알트루사 여성상담소 소장 문은희 박사가 따끔하게 한 마디 던진다. “엄마가 아이를 위해서 한 행동이 정작 아이들을 아프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40여 년간 엄마와 자녀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온 문 박사는 ‘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예담프렌드)를 통해 엄마들이 사랑인 줄 알고 무심코 저지르는 16가지 잘못을 하나하나 짚어준다. 다른 천편일률적인 ‘~~해라‘ 식의 자녀교육서와는 전혀 다르다. 문제를 간단하게 ‘엄마의 탓’으로 몰아붙이지도 않는다. 올해 72세인 저자가 오랜 시간 상담을 통해 얻은 깨달음으로 엄마들이 왜 아이를 아프게 하고 있는지 그 원인까지 꼼꼼히 알려준다. 


어딜 가든 엄마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엄마 말 잘 들어야 착한 아이지” 하지만 이 짧은 말 한 마디가 아이에게 치명적인 상처가 된다. 아이의 어떤 행동이든 그것의 옳고 그름에 대해 어른과 교감을 주고받으며 만들어가야 하는데 이 말은 일방적으로 엄마의 생각을 받아들이도록 함으로써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기회를 빼앗는 것이기 때문이다.

때리거나 윽박질러야만 아이 마음에 상처가 남는다는 생각도 착각이다. 엄마의 실망하는 표정만으로도 아이는 큰 아픔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지금 엄마들은 아이가 정말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을 모른다. 이는 아이와 자신을 동일시해서 생기는 문제다.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이니 누구보다 잘 안다고 여기며 엄마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려한다. 혹 따라오지 않으면 “넌 내 전부야”라고 부담을 주거나,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라며 배신이라도 당한 듯 괴로워한다. 이런 악순환이 결국 엄마와 아이 간의 넘을 수 없는 마음의 장벽을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는 이런 벽을 허물기 위해서 엄마들이 지금까지 무심코 해온 말과 행동 중에서 잘못된 점들을 하나하나 알려주고, 나아가 아이와 진심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준다. 그 대표적인 방법이 엄마 자신이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보는 것이다. 그 옛날 엄마의 어떤 말들이 자신을 상처 입혔었는지, 나를 무시하는 듯한 행동은 무엇이었는지 찾아내야 한다. “네가 잘 하는 게 뭐가 있어?” “열심히 하지 않으려면 그만둬” “그런 친구하고 같이 다니지 마” 각자의 기억을 되살려 당시의 느낌을 떠올리다보면 어느 순간 아이들의 마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남민 기자/suntopi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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