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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습관·퍼즐·탐험…소설가를 쓰다
소설은 흔히 소설가의 얼굴이자 모든 것으로까지 여겨지지만 이는 소설가 김경욱에겐 맞는 말이 아니다. 삶과 문학은 떨어져야 한다는 것, 소설의 주인공과 화자는 타자성을 획득해야 한다는 것, 작가의 목소리가 아닌 주인공과 화자의 고유의 창조된 내면을 획득할 때 작가는 이들 타자와의 대화를 통해 문학의 실존을 건져낼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소설가로 산다는 것’(문학사상)은 김경욱, 김훈, 김애란, 이혜경, 전경린, 이순원 등 우리 시대 소설가들이 그린 자화상이자 우리 소설의 새로운 창작론이기도 하다.

빈틈없이 꼼꼼하게 언어의 그물망을 짜 나가는 김애란, 하나의 소설을 시작하기 전, 노래를 찾아 헤매는 김연수, 김인숙의 낯선 곳에서의 글쓰기 방식과 퍼즐 맞추기 등 저마다 소설은 다른 방식으로 태어나고 있었다.

작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는 소설을 짓는 과정이 저절로 드러난다. 일상의 소소한 어떤 습관, 혹은 우연한 작은 사건이 씨앗이 돼 또 다른 상상을 몰고 오고, 움직이면서 눈덩이처럼 점점 부풀어가고 단단해지는 과정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그건 김인숙 식으로 말해 오천 피스짜리 퍼즐을 맞추는 일처럼 흥미롭고 정교하다.

말하자면 소설 쓰기는 ‘그거 하는 동안은 다음 번의 한 피스’ 이외에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3인칭과 1인칭을 놓고 하루 종일 씨름하고 ‘꽃이 피었다’와 ‘꽃은 피었다’ 사이에서 줄담배를 피우며 갈팡질팡하는 김훈의 글쓰기의 무거움과, 풀린 뜨개실처럼 저절로 코에서 빠져나와 흘러가는 듯 보이는 박민규식 글쓰기의 가벼움 등 작가들의 고백을 듣다 보면 하나의 공통점 같은 것도 발견된다.

그건 윤성희가 스티븐 킹에서 발견했다는 말, “한 번에 한 단어씩 쓰죠.”

그러니 소설가는 결국 단어 하나를 찾기 위해 땅을 파고 먼 우주에도 닻을 내리는 탐험가인 셈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m.x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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