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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에서 발견한 뜻밖의 낙서
아이들과 함께 통일을 생각할 수 있는 책

[북데일리]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 살면서 그 이유를 아이에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현실을 설명할 수 있는 반가운 책을 만났다. 제 11회 문학동네어린이상 수상작인 <봉주르, 뚜르>(문학동네, 2010)가 그것이다. 

동화는 프랑스 ‘뚜르’라는 지방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다. 주인공 봉주는 아빠의 직장 때문에 프랑스에 왔고 뚜르로 이사를 왔다. 봉주는 방에서 누군가 사용했던 책상 옆면에서 ‘사랑하는 나의 조국, 사랑하는 나의 가족, 살아야 한다’라는 한글 낙서를 발견한다. 한국이 아닌 프랑스에서 만나 반가웠지만 ‘살아야 한다’는 말은 낯설기만 하다. 봉주네 가족이 이사오기 전 한국 유학생이 산 적이 없다는데, 이 글은 누가 썼을까. 독립투사가 살았던 게 아닐까, 다양한 상상에 빠져든다. 봉주의 작은 호기심이 이 동화를 이끌어간다.
새로운 학교에서 봉주는 노랑 머리의 ‘토시’를 만난다. 일본인 토시에게 묘한 경쟁심을 느낀다. 그러던 중에 수업 시간에 한국을 소개한다.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역사와 한글에 대해 발표한다. 남쪽과 북쪽 중 어디에서 왔냐는 질문에 남쪽에서 왔고 북쪽은 너무 가난하다고 말한다. 그때 토시가 북한 사람들이 왜 가난하며 왜 불쌍하냐고 따지듯 묻는다. 일본인이면서 토시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봉주는 여전히 그 낙서가 궁금하다. 분명 한국 아이가 살았다고 확신한다. 주인 할아버지를 통해 그 아이를 찾아나서니 놀랍게도 토시였다. 토시는 누구일까. 봉주는 토시 주변을 기웃거린다. 그런 봉주의 마음을 알았던 것일까. 토시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북한에서 태어났으며 일본에서 살다가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고 프랑스로 온 것이다. ‘사랑하는 나의 조국, 사랑하는 나의 가족, 살아야 한다’는 토시의 삼촌이 쓴 글이었다.

<봉주르, 뚜르>는 누가 낙서를 했을까 하는 호기심을 유발해 책에 집중할 수 있는 동시에 토시와 봉주가 서서히 서로를 알아가는 우정을 아름답게 담았다. 거기에 분단국가만이 겪는 아픔까지 그렸다. 도대체 이념은 무엇인가. 내 부모가 겪은 전쟁을 알지 못하는 내가 아이들에게 전쟁으로 시작된 가슴 아픈 역사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마음이 무겁다. 역사를 올바로 알려주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제대로 된 역사를 남기는 것이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궁금하다. 북한의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두려워하는 어른이지만, 토시의 말에서 우리 미래의 희망을 본다.

“날 위해 말한 거야. 어른들은 두려워할지 몰라도 난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아. 나에 대해 말하지 못한다면 그건 내가 숨어 다니는 거나 마찬가지야. 그러고 싶지 않아.” p. 189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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