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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16인의 반란자들’외신간 다이제스트
▶장미와 에델바이스(로제 팔리고 지음/우석훈, 이재형 옮김/오픈하우스)=파시즘의 광풍이 휘몰아치던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유럽, 대부분의 기성세대는 거대한 야만 앞에 바짝 엎드려 숨죽여 지내거나 학살과 폭력에 적극 동참하기도 했다. 저자의 시선은 엄혹했던 시절 레지스탕스의 길을 선택한 10대 청소년의 베일에 싸인 활동에 꽂혀 있다. 왜 그들은 분연히 일어나 의용병을 조직하고 지하신문을 만들어 저항했으며 당당히 죽음을 맞이했는지,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으로 세상에 알려진 백장미단 등 후세에 잊혀서는 안될 역사를 발굴하고 기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주홍색 연구(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김선영 옮김/비채)=‘일본의 엘러리 퀸’이라 불리는 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야심에 찬 추리소설. 셜록 홈스 시리즈의 첫 작품인 ‘주홍색 연구’에 대한 오마주이자 대담한 도전이기도 하다. 범죄에 관한 연구에 매달림으로써 자신의 살인 충동을 억누를 수 있는 범죄학자 히무라 히데오와 온화하면서도 날카로운 추리력을 갖춘 대학생 에가미 지로 등 독창적이면서도 복합적인 캐릭터가 흥미롭다. 살인사건마다 불길하게 드리운 주홍색의 그림자 대한 치열한 탐색은 능수능란하게 소설 전반을 지배하며 ‘색채 미스터리’라는 새로운 가능성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16인의 반란자들(사비 아옌 지음/정창 옮김/스테이지팩토리)=오에 겐자부로, 오르한 파묵, 주제 사라마구, 가오싱젠 등 노벨문학상 수상자 16명과의 대화를 한데 모았다. 나이 오십에 실직 때문에 글을 쓰게 되었다는 주제 사라마구, 지적장애를 앓는 아들 탓에 소통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오에 겐자부로 등 지극히 개인적인 창작 동기로부터 홀로코스트, 노예제도, 독재정부 등 위대한 문학을 품게 한 비극적 풍토에 이르기까지 작가들의 내밀한 속마음을 통해 우리가 처한 현실까지 되짚어볼 수 있다. 스페인 문학전문 기자인 저자의 심층적 인터뷰를 통해 삶에 대한 성찰과 해법을 제시한다. 그들의 삶의 거처와 초상을 담은 사진도 흥미롭다.

▶철강왕 박태준(서갑경 지음, 윤동진 옮김/한언)=중국의 기업이 포스코의 경영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열을 올린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부실공사와 품질저하가 통하지 않는 기업, 정실인사를 용납하지 않는 스타일은 고 박태준 스타일이다. 최고 기준만을 고집한 집념, 부정한 길은 단호히 거절한 철강황 박태준의 고난과 역경의 경영이야기다. 하와이대학 아시아 경영 현지조사연구를 12년 동안 주도적으로 이끌어오며 300여사의 경영자와 인터뷰해온 저자가 포스코의 경영방식에 커다란 감명을 받아 이 책을 집필했다. 부족한 자금으로 절망했던 제1기 건설, 부실공사 부분을 폭파시키고 다시 지은 제3기 제철소 공사 등 포스코를 세계 1위로 이끈 그의 집념이 생생하다.

▶외로운 밤 찬 서재서 당신 그리오(정선용 엮음/일빛)=가장 소중한 사람, 아내에게 바치는 그리움의 시편을 유명을 달리한 아내가 찍은 사진과 함께 담아냈다. 1편은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는 남편이 지은 시를 모아 놓았고, 2편은 떠나간 연인 혹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여인의 마음이 담겨 있다. 열아홉의 어린 나이에 아내를 잃고 쓴 오원의 시 ‘외로운 밤 찬 서재서 당신 꿈꾸오’를 비롯해 병자호란 때 절개를 지키기 위해 자결한 아내를 기리는 마음으로 지은 김류의 시 ‘다정한 저 제비들은 다시 왔건만’ 등 애틋함과 미안함이 스민 시편들이 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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