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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 게바라가 최후까지 놓지 않은 시…어떤 시길래
중남미 혁명가 체 게바라가 총살당할 때 그의 배낭에 들어있던 69편의 시들이 번역돼 출간됐다.

전 세계적으로 특히 젊은 층에게 더 존경받는 혁명가 체. 그가 죽음까지 갖고 간 시들은 ‘체의 녹색노트(문학동네)’에서 구광렬 시인의 번역으로  소개됐다. 

지난 1967년 10월9일 체가 볼리비아 정부군에 체포됐을 때 그의 낡은 배낭 속에는 두 권의 비방록과 69편의 시가 담긴 녹색 노트 한 권이 들어있었다. 비방록에 담긴 글은 1968년 ’체 게바라의 볼리비아 일기‘라는 제목으로 출간됐지만 녹색노트에 담겨있던 시들은 2007년에 와서야 밝혀졌다.


체는 이 녹색 노트에 평소 좋아하던 시인들의 시를 직접 옮겨 적었다. 

20세기 최고의 시인으로 추앙받는 파블로 네루다를 비롯, 안데스의 시인 세사르 비예호, 쿠바 국민시인 니콜라스 기옌, 그리고 스페인 시인인 레온 페리뻬, 이렇게 네 명의 시인들의 시가 노트에 담겨있다.

“삶엔 고통이 있지, 너무나 힘든…… 하지만 난 몰라! / 신의 증오 같은 고통; 그 앞에선 온갖 통증의 파도가 / 영혼의 웅덩이에 빠져드는 듯……난 몰라!”(세사르 바예호 ’검은 사자들‘ 중)

“죽음 말고는 다른 출구가 보이질 않았다…… / 파괴…… 꿈…… 다시 한 번 위대한 꿈…… / 점토와 바람 간의 결정적인 이혼 / 항아리, 저 항아리, 저 거만한 항아리는 잘 만들어지지 않았어”(레온 펠리페 ’항아리‘ 중)

이같은 시들은 총알이 빗발치는 격렬한 게릴라 작전 속에서도 체가 어떤 마음을 가졌었는지 그의 내면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체는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엔 불가능한 꿈을 갖고 살자”라는 유명한 명언을 남겼다. 

그는 언제 죽을 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민첩한 판단과 대담한 행동을 펼치던 리얼리스트였지만, 시에서 얻은 평안과 희망을 통해 ‘라틴아메리카 대륙 전체의 혁명’이라는 거대한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 시들을 번역한 구광렬 시인은 “시는 체 게바라 혁명의 산실”이라며 “어떤 사상이나 종교, 철학보다 시를 숭상했던 체. 어떤 의미에선 그의 마지막 유품인 ‘녹색 노트‘는 그의 분신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육성연 기자〉so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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