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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굴은 과거의 거울이다
감출 수 없는 내면의 지도...진실의 표상?

우리 몸에 얼굴이 없다면 어떨까. 이런 질문은 우리 몸에 팔 다리 하나가 없으면 어떨까라는 질문과 천양지차가 있다. 얼굴. 우리는 우리 얼굴의 존재를 너무 당연시한다. 하지만 얼굴은 자연적인 신체 기관의 하나를 뛰어넘는 엄청난 의미를 담고 있다. 

예를 들면 얼굴은 문화마다 다르게 구축되는 개념의 하나다. 태평양 솔로몬 제도의 원주민은 자신의 육체에 딸린 얼굴을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했고, 또 다른 사회에서는 얼굴에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다양한 가면을 개발하기도 했다.

일본인이 얼굴에 미소를 띨 경우, 이는 존경의 의미나 당황의 의미 모두 될 수 있으며 반드시 즐거움이나 기쁨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장례식에서의 눈물이나 발작적인 울음 또한 실제로 슬퍼서 나오는 것 일 수 있지만 관습에 따른 행동일 수도 있다.

<얼굴-감출 수 없는 내면의 지도>(21세기북스. 2011)은 제목 그대로 얼굴에 대한 보고서다. 예술과 철학과, 미학, 인류학과 같은 다양한 관점을 통해 분석한다. 다양한 인문 책 속에서 얼굴관련 인용한 대목이 매력이다. 그 한 부분을 옮긴다.

[포스트잇] 마르셀 프루스트의 장편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보면 얼굴에 관한 아름다운 구절이 나온다.

화자는 나이먹은 할머니를 부모처럼 사랑한다. 두 사람은 워낙 오랫동안 같이 살았기에 사실 똑바로 바라본 적이 거의 없다. 어느 날, 할머니가 병에 걸려 그는 휴가를 중단하고 집으로 간다. 그런데 집에 가서 그의 눈에 문득 들어온 할머니는 그 오랜 세월 마음속에서 그려온 할머니 얼굴이 아니다.

서로 떨어져 있던 시간의 거리와 할머니의 병 때문인지 몰라도, ‘늙은 여인’의 모습이었다. 자신의 인생을 걸었던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 대신, 그는 한 늙고 천박하고 낯선 여인의 얼굴. 그때 자연스럽게 했던 것은 마음의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습관적으로 짓는 표정 하나하나가 마법”이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 사람들을 볼 때 우리가 보는 것은 그들의 진짜 얼굴이 아니라 우리의 기억에 의해 만들어지고 고정된 그들, 즉 ‘죽은 사람들’이다. 화자가 덧붙였듯이 “모든 사랑받는 얼굴 하나하나는 과거의 거울이다.” 매우 흥미로운 말이다.

이는 얼굴과 함께 시간의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얼굴은 시간이 감에 따라 주름을 새긴다. 다른 신체 부위는 옷으로 감출 수 있지만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노화가 새겨진다. 얼굴은 말 그대로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진실이다. 143~144쪽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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