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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흑색선전은 중대 범죄로 엄단이 마땅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선거사범의 양형 기준을 대폭 강화키로 했다. 4월 총선부터는 허위사실 유포나 후보자 및 유권자 매수 등 금품 살포는 징역형을 선고하는 등 처벌 수위를 높인다는 것이다. 그동안 선거 관련 범죄는 담당 판사에 따라 잣대가 들쭉날쭉할 뿐 아니라 관대하게 처리하는 경향이 많았다. 당선 무효의 효과가 있다지만 실형보다는 벌금형이 대부분이었고, 정치적 판단이 작용할 경우 법 상식과는 동떨어진 판결도 적지 않았다. 이제라도 이를 바로잡겠다고 양형위가 나선 것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정치 발전을 위해 다행이다.

선거부정은 민의를 왜곡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범죄로 엄단해야 마땅하다. 특히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과 흑색선전은 우리 정치판의 고질적 병폐다. 더욱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일상화로 허위사실 유포는 당락을 좌우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는 ‘1억원짜리 피부숍 출입 의혹’으로 결정적 타격을 입었다. 17대 대선에서는 ‘병풍(兵風)’ 사건이 사실상 당락을 갈랐다.

선거가 임박해 SNS로 허위사실이 유포되면 놀라운 전파력 때문에 수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뒤늦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더라도 결과를 돌이킬 수는 없다. 선거 이후라도 관련자는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줘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선거 때만 되면 비 온 뒤 독버섯처럼 허위사실 유포의 악령이 고개를 드는 것은 그간의 미약한 법 적용 탓이 크다. 상대를 곤경에 빠뜨리고도 정작 가해자는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면 누구든 흑색선전의 유혹에 솔깃할 수밖에 없다. 법이 관대하면 범죄는 더 기승을 부리게 마련이다. 더욱이 SNS를 이용한 특정 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를 규제해선 안 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까지 나와 있지 않은가. 더 엄격한 법 적용과 처벌이 절실하다.

양형위는 4월 총선과 관련한 선거사범 1심 재판을 받는 7, 8월까지 새 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공청회 등 폭넓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는 것은 당연하나 더 서두를 필요가 있다. 최소한 총선 전에 대강의 기준이라도 제시해야 악의적 선거범죄의 기승을 제어할 수 있다. 선거가 인물과 정책 대결이 아닌 중상 모략의 경연장이 돼선 안 된다. 흑색선전을 뿌리 뽑아야 한국의 정치판이 3류를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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