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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무상 보육보다 인프라 구축이 먼저다
소규모 어린이집을 일컫는 ‘가정형 보육시설’ 신청자가 폭증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각 구청마다 신규 인가 신청이 예년보다 2~3배 정도 늘었다. 올해부터 0~2세 영유아 무상보육 시행으로 ‘스무 명만 모아도 한 달에 700만~800만원 벌이는 거뜬하다’는 소문에 너도나도 나서는 것이다. 이렇게 급조된 어린이집들이 얼마나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벌써 걱정이다. 복지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제도부터 도입하면 서비스가 수요자에게 온전히 전달될 리 만무하다. 국민 혈세가 자칫 민간업자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판이다.

현재 운영되는 어린이집들도 대개 아파트 1층이나 가정집 등을 개조한 ‘영세형’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안전과 위생에 대한 감독 당국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시설이 좋아 선호도가 높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운영 보육기관은 전체 수요의 6%에도 미치지 못한다. 개별 기업 단위 보육시설이 있다고 하나 아직은 극소수다. 이런 상황에서 고만고만한 규모의 어린이집 개수만 늘려 지원한다고 아이 기르기 좋은 나라가 되고 출산율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준비되지 않은 복지 정책은 예산 낭비만 초래할 뿐이다.

현행 복지 시스템은 국내총생산(GDP) 5% 수준일 때 만들어진 것이다. 10%를 넘어선 지금의 복지 환경에 적용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용량이 부족하다. 더욱이 앞으로 복지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20% 선까지 곧 올라설 전망이라고 한다. 복지 인프라의 전반적인 개혁과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스템 개선 없이 총량만 늘리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마찬가지다.

4월 총선과 연말 대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의 복지 확대 경쟁이 한창이다. 그러나 요람에서 무덤까지 복지를 책임지겠다는 목소리만 높을 뿐 정작 시스템과 전달체계 개선에 대한 구체적 공약과 문제 제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보육시설은 물론 노인 요양시설 등 민간에 위탁한 복지 인프라를 공공의 영역으로 가져올 필요가 있다. 지자체에 이를 일임해 성과를 거두고 있는 일본의 경우는 좋은 참고 사례다. 정부와 정치권, 전문가 집단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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