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의 4ㆍ11 총선 비례대표 경선 부정이 현장투표에서 자행된 것으로 자체 진상조사에서 확인됐다고 한다. 투표현장에서 부정행위가 버젓이 일어났다면 민주주의의 수치이자 유권자 기만 사기극이나 다름없다. 이 당의 당권파인 경기동부연합 측이 자파 후보가 불리하자 ‘떴다방’ 식, ‘박스 떼기’ 식 투표소를 만들어 몰표 줘 당선시켰고, 온라인 투표 중인데도 득표 현황을 알 수 있는 시스템을 무단으로 여러 차례 열어봤다는 것이 부정의 핵심이다.
통진당 내 국민참여당 출신 오옥만 후보가 온라인 투표에서 1위를 하고도 현장투표에서 밀려 전체 9번으로 떨어지는 희대의 정치 코미디가 사실이었던 것이다. 현장투표가 진행된 7곳의 투표소에서 투표인의 수와 투표용지 수가 일치하지 않았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상황이다. 파렴치하게도 부정의 손길이 현장을 휘저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통진당의 선거부정 전과(前過)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서울 관악을에서 이정희 대표 측의 야권연대 경선 여론조사 조작사건으로도 성이 차지 않았던 모양이다. 묻었거나 묻힌 부정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이 어렵지 않다.
스스로 소수와 약자의 편에 서서 기득권과 특혜에 맞선다는 그들의 표리부동은 이제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이 당의 이정희ㆍ유시민ㆍ심상정 공동대표가 심야 회동을 통해 문책 수위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고 하나 이미 국민 대다수는 그들의 결론과는 무관하게 진보세력의 정치화와 그 조직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더 추한 것은 이청호 부산 금정구 지역위원장의 내부 고발 이후의 당내 분위기다. 마치 자중지란으로 적을 이롭게 했다는 식으로 이 위원장에 대해 격한 비판과 출당 으름장까지 서슴지 않고 보수언론을 몰아쳤다.
이 위원장이 다시 1일 당 홈페이지에 부정선거에 대해 상상 이상의 정보를 갖고 있다며, 검찰까지 가려거든 은폐하라고 지도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뭔가 있긴 분명 있는 모양이다. 당연히 검찰 수사까지 이뤄져 잘잘못을 낱낱이 가려야 할 사안이다. 최근 통합진보당은 진보당으로 당명을 바꿔 걸었다. 저간의 사정이 있겠지만 통진당이든 진보당이든 중요한 것은 공당다움이다. 국회 본회의장 최루탄 투척과 종북도 모자라 선거부정까지 대놓고 일삼는다면 이름 하나 달리 한다고 무슨 소용 있겠는가. 함량미달 정치세력은 국민이 더 이상 원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