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최저임금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노총간, 노정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지난해 11월 설립된 국민노총 출신 위원 1명이 근로자위원으로 참여한 것에 반발하며 최저임금위 전체회의를 보이콧하고 있다. 또 국민노총 출신을 근로자위원에 포함시킨 고용노동부에 대해서도 ‘노조탄압을 노린 꼼수’라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올해도 최저임금 결정에 난항을 예고하는 모습이다.
양 노총이 9명의 근로자위원에 1명도 국민노총 출신을 넣을 수 없다고 반발하는 밑바닥에는 3노총 경쟁 시대를 연 국민노총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국민노총 설립을 주도한 정연수 서울메트로 노조 위원장(현 국민노총 위원장)이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을 탈퇴하는 과정이 적법하지 않았고 노조 설립에 대한 정부의 온정적인 눈길도 자주성을 의심하게 만든다는 주장이다. 공무원 노조에 대한 설립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국민노총에 대해서는 단 번에 신고필증을 내어준 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양 노총의 주장대로 제대로된 노조라면 ‘자주성’과 ‘민주성’을 갖춰야 한다. 노조가 자주성을 잃으면 어용노조가 된다. 또 민주성을 잃으면 조합원들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독단적인 노조가 된다. 기자 생각에도 국민노총이 이를 모두 완벽하게 갖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자주성과 민주성을 완전하게 갖추고 있을까. 자주성은 아니겠지만, 민주성에 대해서는 자신있게 이야기하기 힘들어 보인다. 특히 올해 초 양 노총의 정기 대의원대회가 성원 미달로 무산되는 모습을 보면 더욱 그렇다.
양 노총이 함께 반대하는 사안은 이뿐만 아니다.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한 것도 반대하며,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협상창구 단일화를 법제화한 것도 반대하고 있다. 노동계를 대표해 기존에 누려온 이권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서 한목소리로 거부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모습은 양 노총이 정말 진보세력인 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만든다. 적어도 근로자의 노조 선택권을 무시하고 노조 자주성의 기본이 되는 재정적인 독립을 가로막는 모습에서는 기득권을 지키려고 보수세력의 모습이 엿보인다. 기득권을 지키려고 노력할수록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양 노총도 고민해야 할 때다.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소수지만 새로운 노동운동을 시도하고 있는 국민노총을 따돌려야 하는 것인지, 아님 국민노총의 주장대로 미조직 근로자들을 조직하려는 이들을 껴앉아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국민노총 위원의 최저임금위원회 참여를 결정한 이채필 고용부 장관은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언제까지 국민노총을 부정할 것인가. 9명 중에 상징적으로 1명 들어가는 데 노동계가 반대한다는 것은 너무 속좁은 것 아닌가. 노동계가 스스로 연대하고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생각해야지, 기존 틀만 유지하려고 하는 것은 옹졸하다.”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국민노총은 분명 양 노총과 다른 노선을 갖고 있다. 양 노총은 적어도 국민노총이 최저임금과 관련해 어떤 목소리를 내는 지 들어는 봐야 한다.
오는 4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기로 했다.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지만, 양 노총이 참여해 진지하게 논의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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