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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 김성수> 금주열풍에 질식당하는 개인의 자유
주폭문제 이슈화·금주법 홍수
음주는 절제 요구되는 ‘필요악’
과도한 법안 기본권 침해 우려
계도 통한 자발적 협력 이끌어야


많은 사람에게 2012년은 한국 사회에서 금주열풍이 시작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은 물론 애주가들조차도 과도한 음주가 건강에 해로우며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언론에서 이른바 주폭(酒暴) 문제를 크게 이슈화하면서 특히 여성과 아동에 대한 성범죄가 술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부각시켜 술 마시는 사람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비도덕적이고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묘사하는 것이 일상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자아내게 한다.

이제 술에 대한 낭만이나 애주가들의 권주담 같은 것은 우리 사회에서 발붙일 곳이 없어지는 것은 아닌지 술 마시는 사람의 하나로서 “세상이 이렇게도 메말라가는구나”하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따지고 보면 술은 로마신화에 나오는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와 같은 존재인지도 모른다. 술 때문에 각종 범죄와 사회적 병리현상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술 때문에 우정이 깊어지기도 하고 술 한 잔에 용기를 내어 사랑을 고백하고 끊어져버릴 듯 했던 이성과의 만남을 극적으로 이어간 이야기도 우리 주위에 무수히 많다. 그렇다면 술이라는 존재는 그 위험 때문에 추방하는 것보다는 잘 달래서 자기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도록 절제와 분수의 미덕이 요구되는 그런 일종의 필요악(必要惡)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최근 금주열풍과 주폭척결이라는 사회적 흐름을 타고 국회에 각종의 금주법안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주요한 내용을 보면 요즘 유행하는 ‘닥치고 금주’라는 말을 연상하게 할 정도로 전방위적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대학교, 청소년 수련시설 및 병원에서도 주류 판매와 음주가 금지된다. 또 주류 광고에는 임산부나 미성년자가 등장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광고 출연자가 술을 직접 마시는 장면도 금지된다.

제일 먼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내용은 대학에 전면적으로 주류반입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축제 등 학생들의 행사를 제외하고는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술을 마시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한시적인 축제기간마저도 음주를 금지하겠다는 것은 성인인 대학생들의 자기결정권을 너무 가볍게 보는 처사라고 할 수밖에 없다.

단속의 실효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캠퍼스 내에서 술을 마시거나 반입하는 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교내 곳곳에 구청직원들이 상주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과연 국가가 대학의 자율성이라는 이념과 원칙을 이해하고 있는지조차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금주정책을 과도하게 추진하는 경우에는 개인의 가장 원초적인 기본권인 ‘마실 권리’를 침해할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개인이 타인을 방해하지 않고 자신의 자율적인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마실 수 있는 권리를 향유하는 것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존중하는 법치국가의 핵심적 가치다. 산과 해변에서 술잔을 비우면서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 지인들과 삶의 의미를 토론할 수 있는 영혼을 지닌 문화적 동물이라는 점이 바로 인간을 존엄한 존재로 여기는 이유다. 정부는 시민들의 자발적 협력을 구하는 계도활동에 그쳐야 하며, 시민이 협조하면 충분히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양극화와 자영업자들의 몰락을 경험하면서 오늘날 생존의 기로에 선 영세사업자들이 과도한 금주정책의 가장 큰 피해자일 수 있다. 그만큼 금주정책은 마시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 이들을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하는 사업자 등 다변적인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복잡한 사안이다. 정부가 많은 시민들의 권리가 충돌할 때 상생과 조화의 원칙을 포기하고 극단적인 금주정책을 추진한다면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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