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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박승윤> 공룡이 미래를 창조할 수 있을까
박근혜 차기 대통령은 임기 5년 내 과실을 거두겠다는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 무엇보다 미래부의 몸집을 가능한 한 줄이고, 글로벌 과학기술 시장의 흐름을 읽고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



미래학(futurology)은 과거나 현재의 상황을 바탕으로 미래사회의 모습을 예측하고 그 모델을 제공하는 학문이다. 기술, 환경, 권력 등의 미래 흐름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미래학은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인류의 고민을 담고 있다. 일반인들이 주목하기 시작한 건 ‘제3의 물결’ ‘메가트렌드’ 같은 책들을 통해서다. 미래학은 당장 검증할 실체가 없기에 공허하다는 논란도 따라다닌다.

박근혜 차기 정부는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를 신설하고 이를 지원할 미래전략수석도 청와대 비서실에 두기로 했다. 미래부의 설립 취지는 거창하다. 창의력ㆍ상상력에 기반한 창조경제를 활성화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역할을 수행토록 한다는 것이다. 기대가 크다보니 몸집이 너무 커졌다. 각 부처에 흩어져 있던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진흥 기능을 모두 흡수하고, 우정사업본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까지 껴안기로 했다. 무엇보다 과학기술과 ICT를 한 지붕에 둔 것이 과학입국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걱정이다.

과거 IMF 외환위기를 초래한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된 것이 ‘공룡부처’ 재정경제원이었다. 장기 경제정책 수립과 예산 편성권은 물론이고 금융, 세제까지 한 부처에 몰려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장관은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보다 당장 눈앞에 닥친 금융 현안에 몰두했다. 정책 판단이 한 쪽으로 쏠리고 대응이 늦어지다 보니 나라 곳간이 바닥을 보일 때까지 자기 진단을 제대로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과학기술은 판단이 잘못됐거나 대응이 늦다고 당장 위기를 가져오지 않는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더 큰 문제를 초래한다. 설립 취지에 나타난 미래 성장동력과 양질의 일거리가 창출되지 못한다. 그런데 미래부의 무게중심은 단기 현안이 많은 ICT 쪽에 기울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동통신 업계가 이전투구를 벌이는 정보통신 분야에 외부의 이목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반면 과학기술은 연구ㆍ개발에 대규모로 자금을 지원하더라도 당장 성과가 나오기 힘들다. 대상도 기초소재부터 산학 협력을 필요로 하는 응용과학까지 다양하다. 역대 정권마다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에서 바이오신약, 녹색첨단융합산업까지 여러 분야를 지원했지만 아직 확실한 신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미래부는 ICT에 함몰되지 말고 과학기술에 대해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지원책을 펼쳐야 한다. 그러려면 과학기술과 ICT간 칸막이가 필요하다. 박근혜 차기 대통령은 임기 5년 내 과실을 거두겠다는 조급증도 버려야 한다. 무엇보다 미래부의 몸집을 가능한 한 줄이고, 글로벌 과학기술 시장의 흐름을 읽고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 마침 지난 21일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 주최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 성공조건’ 토론회에서 좋은 제언이 나왔다. “미래부는 일을 독차지하는 슈퍼파워가 아니라 부서 간에 서로 얽힌 과제를 풀어주는 슈퍼 컨설턴트의 역할을 해야 한다”(곽재원 한양대 석좌교수)는 것이다. 

parks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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