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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전창협> 지구멸망 2초 전, 무엇을 할 것인가?

지구 멸망이 눈앞이면 사과나무는 못 심는다 해도 짧은 기도라도 하는 게 옳다. 스마트폰을 꺼낼 일은 아닌 것이다. 봐줄 사람도 없는데….



 지구 전체를 파괴할 거대하고 시뻘건 운석이  눈앞으로 돌진해 오고 있다. 지구 멸망 2초 전이다. 당신은 무엇을 할까. 기도를 올리며 내세를 떠올릴 것인가. 시간은 허락되지 않겠지만 사과나무 생각이라도 해 볼 것인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던 ‘지구 멸망 2초 전’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붉은 구름을 배경으로 운석이 떨어지고 있는 지옥도 같은 현실에서 사람들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기도는 커녕 스마트폰으로 운석이 떨어지는 장면을 찍느라 법석이다. 누가 올렸는지 모르는 합성사진에 누리꾼들의 반응도 여럿이었다. “멸망 순간까지도 스마트폰 바보”, “찍어서 뭐 하지”라는 댓글도 있었지만 “정말 저렇게 될 듯”이란 걱정의 글도 눈에 띄었다. 

 필자의 입장에서 정답을 찾자면 아마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지구가 종말을 맞는다는 소식을 알리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인다. 그래봤자 2초밖에 빠르지 않겠지만.

 이 사진은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조롱이었겠지만 요즘 현실을 보면 새겨볼 만한 풍자다. ‘007’ 제임스 본드 손에 쥐어졌던 스마트폰이 한국 사람 30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의 손안에 있는 세상이다. 스마트폰의 여러 순기능이 있겠지만 스마트폰 중독이란 말이 일상화될 정도로 문제점도 간단치 않다.

 얕은 지식들의 범람도 그 중 하나다. 다음 문제의 정답은 사람에 따라 쉬울 수도 어려울 수도 있다. “중국 당국으로부터 심각한 기율위반(도덕적 규범위반) 혐의로 권력을 잃은 전 충칭 시 당서기는 누구입니까?” 정답은 보시라이(薄熙來).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5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8월 23일부터 10월 5일까지 실시한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서 시사상식 문항을 조사했다.
 

 5개 항목을 질문했는데, 이 중 정답률이 가장 낮은 게 보시라이 관련 문항이었다. 응답자의 정답률은 32.9%에 불과했다. 하지만 응답자 중 신문을 구독하는 사람들의 정답률은 44.0%였다. 평균보다 11.1%포인트 높았다.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정답률은 37.6%로 신문구독자보다 6.4%포인트나 낮았다. 

 정답률을 미디어별로 보면 데스크톱PC나 노트북PC를 통해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은 38.8%, 라디오 이용자는 36.8%, 텔레비전 이용자는 32.5%였다. 스마트폰 이용자의 시사상식 정답률은 텔레비전 이용자 다음으로 낮았다. 스마트폰을 통해 정보의 속도는 얻고 있지만 정보의 깊이는 놓치고 있는 것이다.

지식의 보고인 책도 스마트폰에 적잖은 영향을 받고 있다. 교보문고가 지난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1인당 독서량을 조사한 결과, 15.3권으로 전년도 16권보다 감소했다. 직장인 독서량이 줄어든 것은 4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출근 중 독서를 한다는 비율이 2011년 41.3%에서 2012년에는 36.3%로 줄었다. 책을 읽던 자리에 스마트폰이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빠른 확산이 생각의 퇴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지구 멸망이 눈앞이면 사과나무는 못 심는다 해도 짧은 기도라도 하는 게 옳다. 스마트폰을 꺼낼 일은 아닌 것이다. 봐줄 사람도 없는데….

jlj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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