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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 김형곤> 국민경제만 있고 나라경제는 없나
복지도 좋고 일자리도 좋지만 경제 성장을 얼마나 하겠다는 비전이 없고서야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복지의 젖줄인 세금을 얼마나 거둘지 알기 위해서라도 성장률 목표는 선행돼야 한다.




한때 ‘근혜 노믹스’라는 표현이 너무 밋밋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당선인 이름과 유사한 발음으로 ‘밝은해 노믹스’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 실제 기사 문장에 인용도 해봤다.

하지만 한 번에 그쳤다. 용어 자체에 스스로 손발이 오그라들기도 했지만 정말 밝은해가 될지 아니면 그냥 둥근해가 될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경제의 장기 비전이 제시되지 않았으니 말 그대로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얼마 전 만난 모 민간연구소 소장이 툭 던진 말이 아직도 뇌리에 선명하다. “국민경제만 보이고 나라경제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복지나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개별 정책들은 요란한데 정작 성장률을 비롯해 실업률, 물가상승률, 국제수지 등 거시경제 운용목표가 나오지 않았다는 얘기다.

거시경제목표는 애초에 박 당선인의 공약집에도 없었다. 거시목표는 곧 국가 경제에 대한 운용 비전이다. 과거 대선에서는 중요 의제로 제시됐다. 1987년 이후 노태우ㆍ김영삼ㆍ김대중ㆍ노무현ㆍ이명박 당선자는 모두 7% 성장 목표를 내걸었다.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747(연간 7%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 도약)’이라는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

글로벌 경제는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도부가 교체된 주요 국가들은 나라경제 살리기에 혈안이다. 이웃 일본은 이러한 거시경제목표 제시에 있어 매우 노골적이다. 물가상승률 2%와 명목 경제성장률 3% 목표로 대변되는 아베노믹스를 천명하고 대대적인 양적완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집권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신임 총리의 불도저식 엔저 정책으로 도요타 등 수출기업들은 환호하고 있다. ‘잃어버린 20년’을 단번에 만회라도 하려는 듯 다른 나라의 거센 비난은 아랑곳 않고 달려가고 있다. 이에 닛케이지수는 리먼사태가 한창이던 2008년 9월 이후 최고치를 연거푸 경신하고 있다. 현대차 등 국내 자동차 업계가 엔저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일본 자동차 업체는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오는 15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장 회의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심판대이자 환율과 관련한 역대 가장 치열한 전쟁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이제는 성장률 목표를 숫자로 제시할 단계는 지났다는 주장도 나온다. 저성장 시대가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했다가 오히려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일자리 창출을 얘기하면서 경제성장은 논하지 않는 모순은 피해야 한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거시경제를 어떻게 운용하겠다는 최소한의 목표는 제시할 필요가 있다. 복지도 좋고 일자리도 좋지만 경제 성장을 얼마나 하겠다는 비전이 없고서야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복지의 젖줄인 세금을 얼마나 거둘지 알기 위해서라도 성장률 목표는 선행돼야 한다.

새 경제부총리가 이 같은 거시목표와 함께 정말 ‘밝은해 노믹스’의 기초를 제시해줄 것을 기대해본다.

kim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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