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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 정덕상> 核그늘 속에 들어간 박근혜정부의 선택
안타깝지만 남북관계 개선을 공약했던 박근혜 정부는 핵무기로 위협을 일삼을 북한의 핵그늘에서 대한민국의 실존을 고민하게 됐다.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아직 펴보지도 못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할 당시 북한 퍼주기에 대한 반대가 많았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금강산 관광으로, 개성공단으로, 통치자금으로 엄청난 돈을 지원했더니, 뒷구멍으로 핵과 장거리미사일을 개발했다는 비판이었다. 고맙다는 말 한 마디 듣지 못한 분노는 폭발했다.

‘포용정책 기조 수정 보완 필요’라는 73.4%(2008년 3월 민주평통 조사)라는 여론을 등에 업고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일방적인 단절, 재개의 반복되는 황당한 과거를 청산하겠다”면서 당당한 남북관계 구축을 선언했다. 성의를 보이는 만큼 지원하겠다는 상호주의 원칙이었다.

그래서 처음 꺼내든 카드는 북한 망신주기였다. 납북자ㆍ국군포로 문제를 거론했고,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는 대북인권개선 촉구를 주도했다. 북한은 “망동”이라고 반발했다. 그러자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핵과 개성공단을 연계한다고 했다. 북한은 개성공단의 남측 인원 전원철수를 요구했고, 서해에 함포 미사일을 쏘면서 화풀이했다. 이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막말을 쏟아내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은 이명박 정부 5년 내내 ‘이해 못할, 상종할 수 없는 집단’이었다.

그렇게 5년, 지난 12일 북한조선중앙TV는 예고에 없던 방송을 내보냈다. 3차 핵실험 직후였다. 백두산과 눈 덮인 벌판을 질주하는 탱크를 배경으로 깔고, ‘조선은 결심하면 한다’는 노래를 틀었다. “설계치대로 핵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핵실험 위력과 관련해 논란이 있지만 2차대전 때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16kt)의 배 이상인 40kt이란 추정도 있다. 불장난이 아니라 실전배치 단계에 도달했다는 게 공통된 분석이다.

안타깝지만 남북관계 개선을 공약했던 박근혜 정부는 핵무기로 위협을 일삼을 북한의 핵그늘(Nuclear Shadow)에서 대한민국의 실존을 고민하게 됐다.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아직 펴보지도 못했다. 더군다나 북한의 핵무장을 외교적으로 막으려는 국제사회의 노력도 파탄 났다.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와 오바마 정부는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미ㆍ중 양국이 어느 순간 이해가 일치하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 핵폐기와 포기를 요구하는 우리만 외톨이가 될 공산이 점점 커지고 있다. 중국은 패권경쟁을 의식해 ‘혈맹’ 북한의 핵무장을 방치했고, 제재에도 미온적이다. 미국도 북한의 비핵화를 사실상 포기한 듯하다. 예상외로 미국의 언론은 조용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첫 국정연설에서 ‘핵확산방지’만 거론했다. 북한의 핵이 제3국이나 테러집단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판이 전개되는 것이다.

얼마 전 만난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5년 동안 남북관계에서 가장 아쉬웠던 게 금강산 관광 중단이라고 했다. 2008년 7월 11일 금강산 관광객이 북한군 총격을 받고 사망했을 때, 관리소홀을 들어 현대아산에 책임을 물었어야지, 정부 대 정부로 맞서 파탄 낼 사안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반성이다. 

jpur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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