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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전창협> 희망의 시대는 어디서 오는가?

첫 여성 대통령 탄생, 국민들은 따뜻한 리더십으로 사회 곳곳의 어려움을 돌봐 줄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소통의 완성은 말하는 쪽이 아니라, 듣는 쪽에서 완성되고 종결된다. 이 역시 여성 리더십이 힘을 발휘할 대목이다.




1978년 12월 27일. 겨울답지 않게 차가운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전 11시 서울 장충체육관. 육군 군악대의 팡파르와 함께 박정희 대통령과 영애 박근혜 양이 등장했다. 9대 대통령 취임식이자 유신 2기의 시작이었다. 1984년까지 6년 임기를 시작한 박 대통령은 ‘대망의 1980년대’를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지금부터 우리가 도전하는 80년대는 새 역사 창조를 향한 자신과 긍지에 가득찬 웅비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러나 새 역사 창조와 희망의 80년대를 얘기하기엔 유신정권은 여러 도전에 직면하고 있었고, 말기징후로 가득했다. 박 대통령은 결국 80년대를 맞지 못하고 말았다.

박 대통령의 마지막 취임식이었던 이날, 26세로 어머니를 대신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박근혜 양은 35년 뒤인 2013년 2월 25일 61살의 18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다시 취임식 무대에 섰다. 첫 부녀(父女) 대통령의 여러 감회가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희망의 새 시대’로 임기 5년의 출범을 알렸다.

여론조사로만 보면 박근혜 ‘당선인’에 대한 평가는 생각보다 낮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생각만큼 높다. 한국갤럽이 18일부터 21일까지 전국 성인 12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박근혜 당선인의 직무수행에 대한 평가에서 ‘잘하고 있다’는 답은 44%로 대선 당시 득표율에 못 미쳤다. 취임을 앞둔 당선인에게 ‘잘못하고 있다’는 답도 32%나 됐다. 당선인 시절 직무 수행에 대한 평가가 박한 것은 누구라도 예상하듯, 인사문제(52%)와 소통미흡(12%)이라는 답이 1, 2위를 차지했다. 반면 잘했다는 평가 이유로는 ‘무난하다’가 14%로 가장 많았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다소 모호하고,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민심은 박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인사를 잘하고, 소통을 해야 한다는 주문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상반된 여러 선택을 눈앞에 두고 있다. ‘1대 99’의 외침이 여전한 상황에서 경제민주화와 복지는 시대의 과제다. 하지만 성장 없는 복지는 공허하다. 성장과 복지를 어떻게 합금해야 할지 정교한 선택을 해야 한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내건 박근혜 정부 출범에 맞춰 북한은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대북정책 역시 쉽지 않는 선택이다. ‘52%’의 지지자를 만족시키고 ‘48%’의 반대자를 포용할지도 어려운 숙제다.

박 대통령은 직선제 이후 최고 득표율, 첫 부녀 대통령 등 지난 대선에서 여러 기록을 세웠다. 그중에서 국민의 기대가 가장 큰 기록(?)은 첫 여성 대통령이란 점일 것이다. 따뜻한 리더십으로 사회 곳곳의 어려움을 돌봐 줄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소통의 완성은 말하는 쪽이 아니라, 듣는 쪽에서 완성되고 종결된다. 이 역시 여성 리더십이 힘을 발휘할 대목이다.

박 대통령 임기는 2018년 2월 24일 끝이 난다. 대통령의 5년째 지지율은 30%에 모두 못 미쳤다. 임기 첫날 박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은 70%를 넘고 있다. 임기 초 기대가 중반 이후 무너지는 패턴이 이번만은 없었으면 하는 게 모든 국민의 바람이다. 희망의 새 시대는 이 같은 소박한(?) 기대를 잊지 않은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jlj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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