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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감어인(鑑於人)
“첫 사랑에 대한 에피소드가…” 란 질문이 나오자 긴장했던 인사청문회장엔 웃음이 나왔고, TV로 지켜보던 국민들은 어리둥절했다.

한국 헌정사상 첫 청문회가 열린 2000년 6월 26일. 이한동 국무총리 서리에 대해 ‘홍보성 질의’를 쏟아내던 김학원 의원이 첫 사랑 에피소드를 말해 달라는 질문을 한 것이다. ‘DJP’연합정부에서 자민련 총재인 이 후보에 대해 같은 당 소속이던 김 의원으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는지 모른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도덕성과 재산형성 과정을 집중 추궁했다. 여당이었던 민주당과 자민당은 자질을 앞세워 후보를 지원(?)했다. 이 총리는 위장전입을 시인했다. 청문회가 끝난 뒤 한나라당은 이 총리 서리의 흠결이 드러났다며 스스로 물러나라고 목청을 높였다. 논란은 있었지만 국회 본회의가 열렸고, 이 총리 서리 인준안은 과반수 찬성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말 많은 ‘박근혜 정부’의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27일부터 시작됐다. 무수히 많은 청문회가 열렸지만 여야 공수교대만 있었을 뿐, 기본적인 흐름은 2000년 6월 사상 첫 청문회와 다르진 않았다. 27일부터 시작된 청문회 역시 전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청문회가 진행될수록 후보자들에 대한 의혹의 강도는 더욱 커지는 점은 이해불가한 일이다. 짧지 않은 청문회 역사에서 교훈을 배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아쉬운 건, 후보자 본인들이 자신이 공직에 가능한 인물인지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하고 있는지다. 후보자들은 ‘거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라(無鑑於水 鑑於人)’는 말을 새겼으면 한다.

전창협 디지털뉴스센터장/jlj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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